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그 중심에 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여권 지지층 유입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외연 확장을 위해선 막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상충한다. 각 후보들이 저마다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해 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갈등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중심에 섰다. 최재형 캠프 기획총괄본부장인 조해진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후보가 기대만큼 지지율 상승이 안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선 예비 단계에서도 문제지만 본경선에서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리 국민의힘 후보를 결정하게 선택권을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 측은 줄곧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재형 캠프 전략본부장인 박대출 의원은 전날(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여론 왜곡 현상이 너무 심각하다”며 “국민의힘 지지자와 외연 확장을 하는 의미에서 중도층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만 이어져야 한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여기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이러한 입장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서울 동작구에서 열린 수산업 정책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도 그렇고 100% 여론조사하고 역선택이라는 걸 신경 쓰지 않는 이유는 국민의힘이 확장하자고 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자에 한정해서 경선하자고 하면 100% 국민여론조사를 왜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지속되다 보니 양측 간 감정싸움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최 전 원장 측이 이 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본 사람이 손흥민 선수를 한국 대표로 뽑겠느냐”고 언급하자, 유 전 의원 측은 “국민의힘을 지지 안 하면 일본사람인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맞불을 놨다. 최 전 원장 측이 “유 전 의원은 민주당 후보인가”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애국가 4절 다 부른다고 중도 표심 잡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다른 후보들도 이번 사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이같은 방식은 ‘우물 안 개구리식 선거’라며 역선택 룰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제라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원안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내 공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추가 논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최고위원회에서 원안대로 추인 됐다는 것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감사하겠다”며 “차후 선관위가 출범하면 그때 추가적으로 논의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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