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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발생 시 과실 비율을 산정하게 되는데, 음주운전 사고도 법적 처벌과 달리 과실비율 산정은 별개의 사안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시행하거나 교통법규 및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새롭게 시행된 ‘윤창호법’ ‘민식이 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이로 인해 음주운전 정지·취소 기준이 강화됐고,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경우 처벌 수위도 최고 무기징역까지 높아졌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됐으나, 사고에 대한 과실비율 산정은 이와는 별개 사안으로 진행된다. 쉽게 말해,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차량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무조건 음주운전자 측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음주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더라도 음주운전과 별개로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해 과실 비율을 산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자가 발생시킨 교통사고 처리도 사고부담금만 일부 지불할 시 한도 내에서 처리한다. 이러한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관련해 면허정지·취소나 법적인 부분에 대한 처벌은 형사사건이며,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산정하는 것은 민사적인 부분으로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 음주운전 처벌은 형사, 교통사고 과실 산정은 민사… 음주는 수정요소 반영

손보협회 관계자는 교통사고 과실 비율 산정과 관련해 음주 여부와 무관하게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시 운전자가 음주 상태라면 수정요소가 반영돼 과실을 더 부과할 수는 있으나 무조건 음주운전자의 과실이 높게 책정되지는 않는다고도 부연했다.

일반적으로 손해보험업계에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과실비율을 산정해둔 기본과실을 기준으로 가·피해자를 가린다. 수정요소는 이러한 기본과실 기준에서 특정 운전자의 행위가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될 시 과실을 더 부과하는 것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음주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으로 검출되는 경우에는 과실을 산정할 때 20% 이상 더 부과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수정요소 반영은 일률적으로 음주운전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과관계에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등이 고려가 돼야 해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서는 음주를 하지 않은 운전자와 음주운전자 간의 교통사고에서 음주운전자의 과실이 적게 나올 수도 있다”며 “음주가 교통사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과실 비율 책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과실비율 합의 시 음주여부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하는 것이지, 수정요소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운전자들은 사고가 발생했을 시 과실 비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유는 애매한 사고의 경우에는 가·피해자가 뒤바뀔 수도 있으며, 가해자가 되는 경우에는 다음해 보험료 할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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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나섰다. / 게티이미지뱅크

◇ 음주운전자, 사고부담금 납부 시 책임보험 한도 내 보험처리 가능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자도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다.

12대 중과실에 해당되는 음주운전의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규정에 따라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데, 음주운전자의 보험사를 통해 처리가 가능하다.

음주운전자의 경우에도 사고부담금을 납부하면 책임보험 한도 내에서 대인과 대물 보험처리가 가능하다. 손보협회 측에 따르면 음주운전자의 책임보험 사고부담금은 500만원으로 알려진다. 음주운전자도 사고부담금 500만원을 납부하게 되면 △대인1 1,000만원 △대물 2,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손보협회 측 관계자는 “사고부담금 500만원 이하로 대인·대물 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전액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음주운전자도 비용을 지불하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최대한 신속히 행하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사고부담금을 지불하고 보험처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피해자 구제가 중점 사안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피해자에 대한 보상 조치를 보다 빠르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보험사가 음주사고부담금을 가해자로부터 지급받고 대신해서 재산 손해나 상해를 보상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음주운전 사고부담금도 개정 전 300만원 수준에서 상향된 것이다”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음주운전자가 500만원 이상, 또는 사고처리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는 음주운전자가 사고부담금 500만원을 지불하면 책임보험 한도 내에서 보험처리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을 하다 사고를 발생시키는 경우나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경우, 피해자 등에게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교통사고 중대 위반 행위에 대한 사고 책임이 강화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교통사고 감소를 유도하기 위한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추진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 사고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금 일부를 보험회사가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사고부담금’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 사고 시 보험회사가 구상할 수 있는 금액 한도를 ‘지급된 보험금 전액’까지 상향하는 것으로, 음주운전 등 중대 위반행위에 대한 경제적 책임부담이 크게 강화되어 교통사고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12대 중과실 사고 시 가해자의 수리비 청구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당 기준이 마련되고 시행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상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등 12대 중과실로 인해 사고를 일으킨 경우 가해자의 차량 수리비를 상대방에게 청구(대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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