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대구·경북 재경향우회장단의 지지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대구·경북 재경향우회장단의 지지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역선택 방지 조항’에 힘을 싣고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더불이민주당 지지층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같은 분위기에 올라타며 경선룰 논쟁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최 전 원장 측은 19일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원 최재형 캠프 기획실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8월 1일부터 선관위에 신고돼 공표된 총 16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수 조사했다”며 “조사결과 예외 없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기현상이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하는 민주당 지지층이 최 전 원장에 비해 최대 다섯 배까지 높게 나온다는 설명이다.

데일리안의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여야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5.5% 지지율로 5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6.4%), 윤석열 전 총장(23.8%), 이낙연 전 대표(14.4%), 홍준표 의원(5.6%) 순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국민의힘 주자로만 한정 지으면 상황이 달라졌다. 유승민 전 의원(10.3%)이 3위, 최 전 원장(6.1%)이 4위로 나타났다. 최 전 원장 측은 이 이유를 ‘민주당 지지층’에서 찾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홍 의원(36.0%), 윤 전 총장(16.9%), 유 전 의원(13.9%), 최 전 원장(4.6%) 순이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 캠프는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의 전략적 선택에 농락당할 처지”라며 역선택 의혹을 키우고 있다. 오는 9월 15일로 예정된 1차 컷오프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실장은 “지금과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라면 특정 후보에 유리하고 특정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경선의 공정성을 잃는다면 정권교체는 물 건너 간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도 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형국이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보다 범여권 지지가 월등하게 높은 후보들이 있다”며 “역선택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겨냥한 셈이다.

◇ 영입 인사들이 역선택 우려

당초 국민의힘이 1차 경선을 ‘100% 여론조사’로 실시하기로 했던 것은 외부 인사 영입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는 영입 인사들이 경선 과정서 겪을 불리함을 제거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최근 ‘역선택 우려’는 오히려 영입 인사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다. 정치권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이들이 ‘100% 여론조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최재형 캠프 전략본부장인 박대출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자와 외연 확장 의미에서 중도층 지지도만 묻는 여론조사를 하자”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도‧보수층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내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읽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앞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윤 전 총장은 63.3%, 최 전 원장은 9.8%의 지지율을 얻었다. 홍 의원(9.7%), 유 전 의원(4.9%)보다 우세한 상황이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측은 이 문제를 ′역선택′이 아닌 단지 ‘확장성’의 문제로 보고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 지지층’만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명분도 쌓고있다. 당 경준위도 이미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만큼, 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기색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최 전 원장으로선 어려운 당내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신이 갖는 지지층의 강점과 약점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논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최 전 원장이나 윤 전 총장 모두 중도‧합리적 이미지 자체를 스스로 불식했기 때문에 그러한 입장에서 중도·진보 블럭의 여론이 두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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