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제3지대′ 연대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국민의힘과 합당 무산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제3지대′ 연대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국민의힘과 합당 무산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을 선언하며 ′제3지대′서 정치적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계획이 어긋나면서다.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기존 정치 세력과 선을 그으며 안 대표와 만남을 거절했고, 당내에선 국민의힘과 합당 무산 관련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 김동연은 선 긋고 당내선 ‘합당 결렬’ 여진

김 전 부총리는 20일 충북 음성을 찾아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음성읍 행정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벤처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한다”며 “뜻과 생각을 실천에 옮길 좋은 세력을 모아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기존 정치세력에 숟가락을 얹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거대 양당은 물론 어느 정치 지형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안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이합집산을 뛰어넘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철학을 구현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며 “안 대표와 만날 계획이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신당을 창당하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다.

안 대표로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16일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을 선언한 이후 김 전 부총리를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김 전 부총리와 결합해 제3지대에서 세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로서 제3지대 플랫폼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김동연 부총리 정도”라며 “이번 주중에 적극 소통에 나설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가 안 대표의 제안에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안 대표의 입지도 궁색해지는 모습이다. 당장 연대를 통한 파급력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가, 주도권 싸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 대표로선 불확실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며 “모든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합당 논의 과정에서 조속한 합당을 요구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불만은 안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앞서 주이삭 국민의당 서대문구 의원은 “더 이상 우리 당의 초심을 잃은 모습과 비상식적인 판단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기 괴롭다”라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균철 국민의당 경기도당위원장도 한 라디오에서 “기자회견 바로 10분 전에 당원들한테 단체 문자를 발송했다”며 “과연 그게 올바른 조치인지 저도 반문을 하고 싶다”고 안 대표를 비판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 대표 입장에선 당장 김 전 부총리가 손을 안 잡겠다고 하기에 타격은 입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라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준 것은 안 대표에게는 또 하나의 정치적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김 전 부총리가 스스로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정치적 지위를 끌어오릴 수 있느냐”라며 “안 대표가 살아남는 것은 오로지 안 대표의 몫”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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