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 후보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최재형, 박찬주, 안상수, 장성민, 원희룡, 하태경, 황교안, 박진, 장기표, 유승민, 홍준표 후보.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대선 예비주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전 발표회’를 가지며 대선 레이스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된 정책 토론회를 대신한 행사로, 후보들의 참석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모든 후보가 총출동하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다만 이날 의원직 사퇴 및 대선 출마를 포기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불참했다.

후보들은 각각 7분 동안 대선 후보로서의 국정 철학과 정책 등을 소개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냈다. 토론회 형식이 아니었던 만큼 후보 간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주자들 간 물밑 ‘신경전’이 이어졌다.

◇ ‘부동산’, ‘일자리’ 등 경제 실정 한목소리

후보들의 화두는 단연 경제 문제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경제 침체, 부동산 문제 등이 주제로 다뤄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시장의 생리를 외면한 정부 개입으로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짓은 절대 하지 않겠다”며 “재정 포퓰리즘도 즉각 중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며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불공정한 거리 두기 방역 체계를 과학적, 합리적으로 조정해 이 분들의 생업활동이나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집에 관한 세금은 내리고 규제는 풀고 공급은 늘리겠다”며 “원가 주택을 통해 무주택 서민들이 싼값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에 방점을 찍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경제 문제를 짚었다. 그는 “일자리의 문은 좁아지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나마 있던 알바 자리도 없어지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노동개혁‧연금개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은 ‘선진국형 경제시스템’을 통한 자유 시장경제 복원을 내걸었다. 규제를 철폐해 민간 일자리를 늘리고, 부동산 세제 개편, ‘쿼터 아파트’ 도입 등을 통해 내 집 마련 기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코로나 회생을 위해 100조원 규모 담대한 투자를 하고 혁신 성장판을 키워 30년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며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에게 집값 절반을 투자해 젊은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곳에 자기 능력에 맞춰 당당하게 내 집을 마련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도 “노동 개혁으로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양질의 일자리를) 360만 개에서 800만 개로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출정식을 앞둔 유승민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그는 “평생 경제를 공부하고 경제 정책을 연구하고 고민해서 그 해법을 갖고 있다”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개혁이면 어떤 일이라도, 어려움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장성민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뜻을, 황교안 전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를 ‘4차 산업혁명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상수 전 의원은 ‘스마트 시티’ 구축을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고, 박진 의원은 첨단 기술동맹을 기반으로 한 경제 살리기를 내걸었다.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과 박찬주 전 충남도당 위원장도 ‘경제 살리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 물밑 신경전 ′꿈틀′

이날 후보들이 현 정부의 실정과 정권 교체 대의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신경전도 조짐을 보였다. 일부 후보들이 ‘반(反)문재인 정서’를 견제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다. 반문(反文) 정서를 기반으로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는 문재인이라는 색깔을 완전히 빼 나간다”며 “지금 반문(反文)만 외쳤다가는 10월 이후 공중에다 주먹을 휘두르고 있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발표문에서 “정치권력이 불법과 비리를 은폐하려 사법기관을 흔드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에선 조국도, 드루킹도, 김경수도, 추미애도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정권교체는 분노를 결집하는 것만으로 될 수 없다”며 “우리는 미움으로 가득 찬 정부가 집권했을 때 나라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똑똑히 목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과거 청산만이 우리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역설한 것이다.

당내 갈등을 둘러싼 여진도 지속되는 형국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당의 단합과 통합을 강조하며 “갈등의 경선이 아닌 통합과 정책의 경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간의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섰던 것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비판도 터져 나왔다. 홍 의원은 발표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갈등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냐”며 날을 세웠다.

발표회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이어졌다. 후보들 간 유대감도, 정책적 차별화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순서인 유 전 의원이 발표에 나섰을 때 대다수 후보들이 자리를 이탈하며 토론회 분위기는 한풀 꺾였다. 당장 유 전 의원은 “의리 없이 먼저 가신 분도 계신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홍 의원은 이날 “이게 무슨 발표회인가”라며 “꼭 초등학교 학예회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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