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친환경의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 흐름 속에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을 향해 분주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친환경에너지의 장점만 부각되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들, 특히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은 등한시되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떼어놓을 수 없는 에너지 대전환이 뜨거운 정치적 논쟁거리인 점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다.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각종 문제제기를 ‘원전 수호’를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친환경이란 과제가 중요한 만큼, 이를 잘 추진하는 것 역시 무척 중요하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외면해선 안 될 친환경의 또 다른 얼굴을 <시사위크>가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추앙받는 수소는 어떻게 생산하느냐가 관건이다.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추앙받는 수소는 어떻게 생산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진=뉴시스, 그래픽=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물의 근원’이란 의미를 이름에 담고 있는 수소는 주기율표의 맨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다. 물을 이루고 있는 원소인 만큼, 지구상에도 풍부하게 존재한다. 또한 수소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태양을 비롯한 별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며, 이는 다시 지구생태계의 원동력이 된다. 즉, 수소는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소는 궁극적인 미래 청정에너지로 추앙받고 있다. 무한하다 해도 좋을 만큼 풍부할 뿐 아니라, 사용되는 과정에서 전혀 오염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수소는 산소와의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이때 배출되는 건 물 뿐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수소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정부는 수소 기반의 ‘수소경제’를 비전으로 내걸었으며, 이에 발맞춰 각 분야에서 분주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을 꼽을 수 있다.

◇ 수소, 관건은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지만 수소의 이면을 들춰보면 청정에너지라는 추앙에 적잖은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수소는 앞서 언급했듯 사용하는 과정에선 석탄·석유에너지와 달리 오염이 일체 발생하지 않는 청정에너지가 맞다. 문제는 이 수소를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이다. 지구상의 수소는 홀로 존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물이 그렇듯 대부분 다른 원소들과 결합된 형태다. 따라서 순수한 수소를 확보하기 위해선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수소를 얻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석탄 또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 천연가스(LNG) 열분해, 물 전기분해 등이다. 

석탄 또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서 수소를 얻는 것은 재활용 차원이긴 하나 애초에 해당 공정에서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마찬가지로 천연가스 열분해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오염물질 발생이 뒤따른다. 물 전기분해의 경우 다시 전기를 얻는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 만약 석탄·석유에너지 등을 통해 얻은 전기를 활용한다면 이 역시 오염물질 발생을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실체는 각각의 방식으로 얻어지는 수소를 칭하는 용어에도 반영되곤 한다. △석탄 공정의 부산물로 얻는 ‘브라운 수소’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 또는 천연가스 열분해로 얻는 ‘그레이 수소’ △그레이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오염을 줄인 ‘블루 수소’ △친환경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그린 수소’ 등이다.

여기서 ‘그린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그린 수소의 근간인 친환경에너지 역시 환경훼손 등 다양한 문제의 소지를 지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수소를 궁극의 청정에너지라 부르기에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린 수소의 비중은 물론 관련된 기술 및 인프라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린 수소를 확대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고, 관련된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긴 하다. 다만, 전반적인 ‘수소경제’ 관련 행보에서 수소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다른 사안에 비해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즉, 우리가 추구하는 ‘수소경제’가 진정한 청정에너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상당히 넓은 차원의 인프라 구축 및 변화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친환경적인 수소 확보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소경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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