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AI기반의 스마트 공장의 도입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AI기반 스마트 공장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문에 적용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았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완전 자동화된 스마트 공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이자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이라 꼽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완벽한’ 스마트 공장의 구현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연구 방향으로는 완전한 자동화를 이룬 스마트 공장의 구현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어렵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인공지능(AI)을 통한 완전한 공정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복잡해지는 반도체·DP 플라즈마 공정… 통계 기반 AI로는 한계 ‘뚜렷’

26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개최한 ‘제4회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진단제어 기술연구회’에 참가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ULVAC, TEL, 한국기계연구원 등 산·학·연 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핵심 공정 부문에서 AI의 현실적 적용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완벽한 스마트 공장 구현의 장애물이라고 봤다. 현재 주로 보급돼 있는 ‘통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해석하는 AI로는 스마트 공장의 공정·제어 부문에서 완전 자동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일단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인 ‘플라즈마 공정’, 특히 건식 플라즈마 식각 공정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건식 플라즈마 식각 공정(Dry etching)’은 진공챔버 안에 기판을 넣고 식각용 가스를 주입한 후 전기 에너지를 공급해 제어가 쉬운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기판 위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소자가 구동할 수 있게 하는 미세 회로를 구성할 수 있도록 원하는 만큼 깎아내는 공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다. 

건식 플라즈마 식각 공정은 플라즈마화된 매우 작은 식각 가스 입자(이온과 전자로 구성)들을 이용해 기판을 ‘원자 혹은 분자 단위’로 제어해 정교하게 깎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습식 식각(Wet etch) 등 타 공정 방법보다 훨씬 정교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의 60~70%에서 건식 플라즈마 식각 공정이 사용된다.

플라즈마 식각 공정이 진행되는 라인의 스마트 공장화에 AI도입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 ‘정교함’ 때문이다. 매우 작은 원자 및 분자 단위의 식각 가스 입자들을 제어하는 플라즈마 식각 공정의 경우, AI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공정 인자와 결과 간의 ‘비선형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날 학회에서 강연을 진행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박설혜 박사는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롤러블, 폴더블 등 복잡한 형태의 구조를 갖게 변화하면서 요구되고 있는 공정은 점차 고도화돼 가고 있다”며 “때문에 업계는 공정이 고도화됨에 따라 양산 라인에 누적되고 있는 막대한 양의 공정 데이터를 통계적인 방법을 기반으로 한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공정결과를 예측하고자 하는 알고리즘의 개발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현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양한 통계 기반 AI로직들을 활용해 분석했음에도 AI의 분석 결과는 상당히 퀄리티가 떨어져 유효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학계 보고가 많다”며 “그 결과 통계 분야에서 흔히 말하는 ‘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인 플라즈마 식각 공정을 스마트 공장화 하기 위해서는 단순 빅데이터를 넘어 물리 기반의 스마트 데이터가 적용된 AI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물리모델 AI 도입이 ‘열쇠’… 단순 빅데이터 넘어 ‘스마트 데이터’ 적용해야

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분야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스마트 공장의 도입을 늦출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효율화할 수 있도록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안은 무엇일까.

제4회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진단제어 기술연구회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통계 기반 AI모델에 ‘물리(Physics) 모델’을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수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해 ‘통계적’으로 공정 결과를 진단하는 AI모델의 알고리즘 대신, 물리 모델이 결합돼 양산 적용을 하게 되더라도 보다 높은 정합성을 확보하고 불량 원인 등을 ‘역추적’해 산업 현장에서 업무자들이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모델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송상헌 연구원은 “기존에 가상계측은 AI기술을 이용해서 통계적인 방식으로 많이 접근을 했었지만, 이제 물리 모델이 결합돼야 더 정확한 모델이 계측이 가능하다”며 “현재의 통계 기법의 AI는 공정 과정에서의 상관관계는 규명이 가능하지만, 인과관계는 규명이 어려운데, 인과관계를 찾으려면 그 현상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존의 통계 기반 AI모델을 넘어 물리 데이터가 적용된 AI모델을 도입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빅데이터를 단순하게 활용하는 것이 아닌, 물리적인 현상 이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데이터’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마트 데이터란 기존 단순 수집된 빅데이터에서 정확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 분석하고, 이를 신속·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다. 플라즈마 공정 반응의 원리 구조의 정보들을 빅데이터로부터 효율적으로 추출해낸 ‘플라즈마 정보 인자(PI parameter)’ 등이  스마트 데이터의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 공학과 김곤호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계가 단순 양산만을 위한 고도화하지 않은 쉬운 공정을 지향한다면, 현재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의 물량공세를 우리가 버텨내기 위해선 한층 더 고도화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을 저비용·고효율로 성공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가 물리모델 기반의 AI가 적용된 스마트 공장 도입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물리모델 기반의 AI가 적용된 스마트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플라즈마 공정 과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AI에 대해 이해하고 AI전문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재들이 앞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계에 필수 인원들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