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돌잔치에 따른 집합금지 예외규정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돌잔치에 따른 집합금지 예외규정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의 뜨거움이 어느새 가을의 선선함으로 바뀌었네요. 한편으론, 거듭된 계절의 변화에도 떠나지 않는 코로나19가 야속하기도 합니다.

이맘때는 저희 가족에게 각별합니다. 아내, 그리고 아내와 딱 하루 차이로 태어난 둘째의 생일이 이어지는 ‘잔치 시즌’이죠. 이번엔 특히 둘째의 첫돌이라 계절의 변화가 더욱 새삼스럽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둘째에겐 그 어떤 생일보다 특별한 생애 첫 생일이지만, 코로나19의 벽이 높기만 합니다. 애초에 제대로 된 돌잔치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다음달 5일까지 재차 연장되면서 소박한 돌잔치마저 어렵게 됐네요.

지인들은 물론, 부산에 있는 처가댁 식구들과 함께하는 돌잔치는 일찌감치 포기했었습니다. 그저 저희 네 가족과 부모님, 그리고 가까이 사는 소수의 친척 정도만 함께 자리를 마련해 첫 생일을 축하해주고, 건강한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었죠. 저희 가족을 포함해 딱 10명이고, 그 중 백신접종자가 4명, 영유아가 3명입니다. 

그러나 돌잔치 명목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이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방역수칙 위반입니다. 3단계까지는 돌잔치의 경우 16명까지 허용되지만, 4단계에선 돌잔치에 따른 예외적용을 인정하지 않죠. 

혹시나 하는 마음과 일말의 희망을 담아 돌잔치 전문점을 예약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마음과 희망은 곧 여지없이 깨졌죠. 

도저히 어떤 방법도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문득 2년여 전 첫째의 돌잔치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부산에서 나름 성대한 돌잔치를 했었죠. 심지어 서울에서도 별도의 작은 돌잔치를 했고요. 코로나19 없던 좋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다시 둘째로 돌아오면 저희는 플랜B, 아니 플랜F 정도는 되는 방법으로 첫돌을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이때를 추억하기 위한 사진을 찍고, 일가친척 및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둘째의 1년을 영상으로 만들어 건강하게 잘 자랐음을 알리려고 합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돌잔치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작아지는 추세였고, 둘째의 경우엔 더욱 그랬습니다. 저희 역시 둘째의 돌잔치는 첫째 때만큼 하지 않을 거라 막연히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자의적 결정이 아닌 재난에 가까운 불가피한 상황으로 소박한 돌잔치마저 할 수 없게 되니 씁쓸함이 큽니다.

코로나19 시대에 태어난 둘째는 돌잔치도 빼앗겼습니다. /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시대에 태어난 둘째의 첫돌은 사진으로만 추억을 남기게 됐습니다. /권정두 기자

한탄이 너무 길어졌네요. 모두가 힘든 시기이고, 자영업자를 비롯해 정말 심각한 위기를 겪으며 하루하루 힘들게 보내는 분들이 많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서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갔죠. 어쩌면 고작 돌잔치 하나 못한다는 제 한탄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먼저, 방역수칙을 제멋대로 외면하고 공동체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을, 돌잔치를 빼앗긴 수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을 대표해 일갈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그 이기심이 수많은 아이들의 다시 없는 첫 생일을 빼앗아 갔다. 당신이 무슨 권리로 그것을 빼앗느냐‘고 말이죠. 

두 번째는 ‘위드 코로나’,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제언을 던지고자 함입니다. 이미 서서히 공론화되고 있지만, 이제는 보다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철저하고 전문적인 검토와 준비,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전제로 한 ‘위드 코로나’를 말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집어삼킨 지도 어느덧 1년 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나름 잘 선방했다는 평가와 아쉽다는 평가가 서로 엇갈립니다. 다만, 그간의 코로나19 사태가 남긴 분명한 교훈도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보다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끝이 없고, 이길 수 없는 전쟁을 계속하며 지쳐 무너져가는 것보단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공존의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서도 한 가지 제언이 있습니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다 해도 우리의 일상과 문화는 많은 것이 달라져있을 겁니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행사도 마찬가지겠죠.

이러한 변화에 맞춰 육아가정의 각종 기념일에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를 마련해보면 어떨까요. 돌잔치나 100일 같은 날은 물론, 하루하루 몰라보게 자라는 아이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공간 말이죠.

물론 지금도 얼마든지 기념일을 소박하게 혹은 셀프로 준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적당한 장소를 구하기 어렵거나 이것저것 준비하다보면 생각보다 비용부담이 커지곤 하더군요. 

그저 소규모 인원이 모여 작은 축하의 자리를 갖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과 간단한 소품만 있어도 기념일을 소박하게 보내고자 하는 이들에겐 상당히 요긴할 겁니다. 주말에 운영하지 않는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아 적용하면 충분히 해봄직하고 가성비 좋은 육아 지원책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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