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간의 직계존비속 재산 변동 내역을 모두 공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10년간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재산 변동 내역을 모두 공개했다.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로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대권 주자로서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원 전 지사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수사를 의뢰하며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윤희숙 의원의 자세에 그 어떤 공직자보다도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대통령 예비후보로서 저 스스로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재산 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가 이날 공개한 자료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부동산‧예금‧채무 등을 총망라한 재산 내역이다. 그는 지난해 기준 약 19억6,000만원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은 대부분 부모의 소유로, 원 전 지사 부부의 소유는 제주시 아라이동 주택 1채다. 그가 국회의원을 하면서 지냈던 서울 목동 아파트는 지난 2016년 당시 8억3,000만원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자 재산 현황, 재산 변동 내역, 형성 과정이 더 이상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아니라 공직자 자격 검증을 ‘공적 자료’임을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후 재산 형성 과정 등 검증 과정에서 요구되는 모든 자료에 대해서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제공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국민 검증′을 받겠다는 의중이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고위공직자들과 달리 대선 후보의 경우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경선 과정에서 재산 형성을 둘러싸고 ‘의혹 공방’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그는 이날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식 후보가 된 다음에 불거질 문제와 위험, 신뢰의 추락 등으로 인한 정쟁과 혼란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짐으로 남게 된다”며 “제도가 미비하지만, 무엇보다도 높은 윤리 기준을 가지고 국민들의 신뢰를 앞장서서 중시해야 할 후보의 입장에서 제 것부터 공개하자고 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부동산 검증에 대해 일제히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절차와 방식을 두고 상당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전수 조사가 실제 가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시스

◇ 대선주자 부동산 검증 실현 가능성은?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간 ′부동산 전수 조사′에 대선 후보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소속 의원 및 가족들의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대선 예비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국회의원들도 다 받고 있는데 대선후보 하겠다는 사람들이 검증을 안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즉각 “찬성한다”고 화답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아예 “부동산뿐만 아니라 전 재산에 대한 형성과정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도 이날 이같은 ‘부동산 검증’에 대해선 적극 공감했다. 그는 이날 “어떤 기관에 의한 조사나 수사든 제가 스스로 공개하는 마당에 다 응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권익위 조사’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가졌다. 재산공개 기간을 7년으로 설정한 것과 직계존비속의 경우 거부도 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사실상 ‘확실한 검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 후보는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는 “막상 제도적인 면을 들여다보니 실제로 장치들이 미비하다”며 “과연 권익위가 조사할 수 있는 제도가 돼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전수 조사가 실제로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조사 기관을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까지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탓이다.

사실상 ‘자체 검증’이 유일한 방법으로 남은 가운데, 원 전 지사로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게 됐다. 반면, 다른 후보들도 실질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원 전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른 사람 입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요구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의도를 가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이와 관련해 그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검증이 어떤 주자에게 유불리로 작용할지는 전혀 판단이 없다”며 “국민의 판단에 도움이 된다면 선관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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