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라 전 한빛소프트 대표가 전격 물러났다.
김유라 전 한빛소프트 대표가 전격 물러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스타크래프트 신화’의 주인공인 1세대 게임사 한빛소프트가 중대 변화를 맞이했다. 오빠와 함께 ‘남매경영’의 한 축을 형성해온 오너경영인 김유라 대표가 전격 물러나고, 사실상 창립 이래 처음 전문경영인 체제를 맞은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실적 및 사업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김유라 대표의 뒷모습엔 적잖은 아쉬움이 남게 됐다.

◇ 전격 물러난 김유라 전 대표… 오너경영·남매경영 ‘마침표’

한빛소프트는 지난 27일 김유라 대표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이승현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오너경영 체제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변화다. 

1999년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이 설립한 한빛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 유통으로 큰 성공을 거둔 1세대 게임사다. 한빛소프트는 2008년 김기영 대표가 이끄는 티쓰리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으며, 김영만 회장은 지분 일부를 보유한 채 등기이사로 재직해오고 있다.

김기영 티쓰리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빛소프트를 인수한 뒤 자신이 직접 대표를 맡는 한편, 여동생 김유라 전 대표와 함께 ‘남매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다 2016년부터는 김유라 전 대표가 수장 역할을 맡아왔다.

김유라 전 대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경영메시지를 통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우리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롱런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한빛소프트의 팬을 늘려나갈 방침”이라며 “비대면 시대에 당사의 모든 게임 및 비게임서비스가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고 시장 트렌드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때문에 김유라 전 대표의 전격적인 사임은 깜짝 행보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김유라 전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전격 물러난 배경으로 거듭된 실적 및 사업 부진이 꼽히기도 한다. 한빛소프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018년만 제외하고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유라 대표 체제 이후 줄곧 적자행진이 이어진 셈이다.

물론 김유라 전 대표가 새로운 사업을 적극 추진해나가면서 한빛소프트의 전체적인 매출 규모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사업들이 확실한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특히 김유라 전 대표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지목했던 블록체인 사업은 ‘조기 손절’로 다소 허무하게 막을 내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신통치 않은 실적 끝에 물러나면서 김유라 전 대표는 물론, IT·게임업계에서 흔치 않던 한빛소프트의 ‘남매경영’도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멈추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한빛소프트 측은 “후임 이승현 대표가 사내이사로 합류한 지난해부터 예정돼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행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자 등 실적 부진으로 인한 사임도 아니다. 만약 김유라 대표가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매출과 이익 모두 줄어드는 결과를 마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김유라 전 대표가 신사업의 기반을 마련해놓은 가운데, 이제는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며 “성격이 전혀 다른 오너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김유라 전 대표가 앞서 진행해온 사업에 대한 진행경과를 소통하는 것 외에 사업에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기업인 티쓰리엔터테인먼트로의 이동 가능성 또한 일축했다. 

1976년생, 아직 40대 중반의 젊은 경영인인 김유라 전 대표가 한빛소프트를 떠나 어떠한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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