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메타버스 내 벌어질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특히 메타버스가 향후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IT업계의 ‘핫이슈’를 하나 뽑으라면 단연 ‘메타버스(Metaverse)’다.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와 ‘넓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말한다. 

사실 메타버스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개념이지만, 최근 가상·증강현실(VR·AR) 및 네트워크 기술 등의 발달로 게임부터 의료·제조 분야까지 현재 전 산업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IT기술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면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 행위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가 향후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 접근성 높은 메타버스, 디지털 성범죄 노출가능성도 높다

메타버스가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하나의 계정을 만들고 인터넷으로 접속하기만 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실제 대화하는 것처럼)는 특징 때문이다.

특히 메타버스 내 디지털 성범죄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대상은 아동·청소년들이다. 현재 대부분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누구나 계정을 만들고 접속만 한다면 가상현실세계인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어서다. 국내 최대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는 2억 명의 이용자 중 10대 이용자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실제로 사회연결망서비스(SNS)라는 접근하기 쉬운 IT플랫폼을 악용한 ‘N번방’ ‘박사방’ 사건의 주동자 조주빈과 문형욱이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메타버스에 접속해 아동·청소년들을 위협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더욱 할 수가 없다.

국내 최대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는 2억 명의 이용자 중 10대 이용자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페토 스튜디오 유튜브 캡처

더 큰 문제는 만약 성범죄자들이 메타버스 공간을 악용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고자 마음먹을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실보다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현실세계에서 발생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경찰의 학교 및 주택가 순찰 등의 방범 활동이 가능하지만 메타버스에선 사실상 서비스 운영 플랫폼 측의 관리가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체계의 전부다. 

또한 메타버스는 ‘글로벌 IT플랫폼’이다. 우리나라 국내 이용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의 누구나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벗어나 해외의 성범죄자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를 막는 것은 더욱 어렵다. 실제로 네이버 측에 따르면 제페토의 경우 약 2억 명의 이용자 중 90%가 해외 이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내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가볍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데이터일 뿐인 상대방의 아바타에게 성희롱을 가하는 것에 별다른 죄책감을 못 느낄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다. 

메타버스 내에서의 디지털 성범죄 행위를 단속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어쩌면 미래 메타버스 플랫폼 상용화가 활성화될 경우, 영화 '매트릭스'의 요원들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유저를 색출하는 경찰들을 배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영화 매트릭스 스틸컷

◇ 현실이 되고 있는 메타버스 성범죄… 전문가들, “처벌 가능하지만 현행법 한계 명확”

이 같은 메타버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려는 실제 범죄 행위로 현실화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르던 캘리포니아 남성이 경찰에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남성은 로블록스 내에서 13세 소년인 척 가장하고 지난해 말부터 12세 여자 아이에게 접근했다”며 “그는 해당 여아의 연락처를 알아낸 후 성적 사진 및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노골적은 성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여아의 어머니는 딸의 스마트폰에서 해당 남성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당국에 연락했다”며 “FBI요원들은 형사 고발에 따라 지난달 4일 해당 남성을 체포했으며, 법원에서는 보석 없이 그를 수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앞서 소개한 미국 사례처럼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할 우려가 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등의 대응은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가능하지만 동시에 상당히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메타베스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아동복지법 등의 규정들을 적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현행 법률 대부분이 아날로그 공간을 기반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에서의 범죄행위를 제재하는 것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다. 실제로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한 남성은 지난해  12월부터 로블록스를 통해 만난 12세 여아에게 지속적으로 음란 사진 및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디지털 성범죄 행위를 저질러 체포된 바 있다./ 사진=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처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다. 실제로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한 남성은 지난해  12월부터 로블록스를 통해 만난 12세 여아에게 지속적으로 음란 사진 및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디지털 성범죄 행위를 저질러 체포된 바 있다./ 사진=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처

이원상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가 발간한 ‘2021 지능정보윤리 이슈리포트‘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범죄행위가 있고, 그것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처벌이 쉬운 것은 아니다”라며 “메타버스에서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범죄자를 특정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기소를 하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형사소송절차는 현실공간에서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절차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현실공간을 기본으로 기획되고,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초국경적인 메타버스에는 대응이 쉽지 않다”며 “방대한 메타버스에서 증거를 수집하기도 쉽지 않으며 범죄자가 해외에 있다면 범죄인 인도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로블록스와 같은 해외 플랫폼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거의 수사가 불가능하다”라고 우려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준화 입법조사관도 ‘메타버스(metaverse)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는 개인간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모욕・비하・인신공격과 같은 개인 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주요 이용자인 10대에 대한 아바타 스토킹, 아바타 몰카, 아바타성희롱 등의 아동 성범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메타버스 자체의 단순한 진흥 여부가 아니라 메타버스의 여러 가능성들이 안전하게 시도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촘촘한 사전규제부터 만들어서 신산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했던 과거의 정책적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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