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라며 맞불을 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언급하며 설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의원의 ‘사형제 언급’에 대해 “행정 수장인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대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두테르테식”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개월 영아 살해범의 기사를 공유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놈 반드시 사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비판에 홍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확정된 흉악범 사형수를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여 형사소송법에 의거 사형 집행을 하겠다는데 뜬금없이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문 대통령이 두테르테처럼 수사 지시를 하고 귀하는 그 집행의 선봉장에 서서 정치 수사를 감행한 공로로 7단계를 뛰어넘어 검찰 총장이 되었다”며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誤爆)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라고 반박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사주를 받아 고(故) 이재수 장군의 구속이 결정되기도 전에 수갑을 채워 포토라인에 세우는 등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며 “적폐 수사한다고 얼마나 탈탈 털고 모욕을 줬으면 다섯 사람이나 수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는가”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권력의 칼 노릇 하던 윤 후보가 수없이 행했던 무리한 구속, 수사, 기소, 구형을 온 천하가 알고 있다”며 “홍 후보가 두테르테라면 윤 후보는 뭐라고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발언이 빌미가 돼 맹폭이 이어지자 윤 전 총장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공정개혁포럼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얘기만 한마디 하면 다들 벌떼처럼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에 있으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했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을 ‘두테르테’에 빗댄 것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신 것 같다”라며 “재범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예방하는 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이란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불씨는 또 다른 곳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다른 나라 대통령을 공방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두테르테식 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며 “누군가 특정 사람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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