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 구성 과정부터 삐그덕 거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 구성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강경파에 속하는 김용민‧김종민 의원을 추천하자 국민의힘이 반기를 든 것이다. 시작부터 잡음이 새어 나오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합의도 난망한 모양새다.

여야는 지난달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여야 의원이 각 2명씩 참여하고, 여야가 언론 관계 전문가를 2명씩 추천해 구성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최형두‧전주혜 의원이 위원으로 추천됐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당내 강경파에 속하는 김용민‧김종민 의원을 선출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내 최고의 미디어 전문가들”이라고 이들을 평가했다. 민주당 강경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언론중재법 강행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협상의 의지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희들은 합리적 안을 만드실 분으로 구성했는데 뜻밖에도 민주당은 강성 인물로 배치했다”며 “판을 깨자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시간만 끌다가 자신들의 입장을 그냥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처음부터 보이는 것 같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악법의 일방‧강행 처리를 국민들 추석 밥상에서 일시적으로 슬쩍 빼기 위한 꼼수”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결론을 내야 하는 만큼 협의체에서는 더 치열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언론개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합의안 없어도 상정” vs "독소조항 빼야“

이러한 갈등의 이면에는 ‘8인 협의체’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다. 민주당은 협의체에서 반드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1일) 한 라디오에서 “언론중재법은 야당과 합의안이 있어야 상정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27일 본회의 상정 처리한다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협의체에서 논의를 한 다음 합의안을 만들어 상정 처리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협의체 논의에 대한 기대 자체가 다른 셈이다.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 △열람차단청구권 △고의‧중과실 추정 등 3대 독소조항을 빼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협의체와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UN과 여러 단체가 우려한 조항에 대해 민주당이 포기 선언하는 게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여야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만큼, 향후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물론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미 국내외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진 데다, 민심 역시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정국 등 향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물러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사실상 ′8인 협의체′ 자체가 유야무야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8인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한 것이 사실상 후퇴를 한 것이고, 국민의힘으로서는 시간 끌기에 돌입한 것”이라며 “서로 탓을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고, 대선 정국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쪽도) 양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경 지도부도 풀어내지 못한 걸 합의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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