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9년 만에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DHC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9년 만에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DHC는 2019년 혐한 논란에 휩싸여 국내에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후 2년 만에 내려진 조치다. 

◇ 영업종료 앞둔 DHC코리아… 불매운동 부메랑 맞았나 

DHC코리아는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철수 소식을 알렸다. DHC코리아는 홈페이지에서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 여러분들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국내 영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쇼핑몰은 오는 15일 오후 14시까지만 영업한다”고 안내했다. 

이로써 DHC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9년만에 한국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 DHC는 사업 철수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유통업계에선 잇단 혐한 논란에 따른 브랜드 신인도 저하와 불매운동, 실적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DHC는 2019년 불거진 일본계 제품 불매운동 국면 속에서 주요 타깃이 됐던 곳 중 하나다. 당시 DHC 측의 혐한 방송과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의 재일동포 비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한국인들의 큰 공분을 샀던 바 있다. 

2019년 8월 일본 DHC 자회사인 DHC 텔레비전은 불매운동을 평가절하하고 역사왜곡 발언이 담긴 내용을 여과없이 방송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한 극우성향 인사는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다.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봐야 한다”는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출연자는 ‘조센징’이라는 한국인 비하 표현을 사용하면서 역사왜곡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조센징들은 한문을 썼는데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해서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선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비하 발언도 나왔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한국에선 DHC에 대한 거센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이후 요시다 요시아키 DHC회장의 과거 혐한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요시다 회장은 2016년부터 홈페이지 등에 “자이니치(在日·재일한국인·조선인)는 모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등의 혐한 발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여론악화에도 계속된 요시다 회장 혐한 발언… 결국 한국시장 철수

논란이 커지자 DHC코리아 측이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DHC코리아 측은 2019년 8월 “DHC 측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방송을 중단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며 “DHC코리아는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모두가 한국인이며, 과거의 발언을 포함한 ‘DHC 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서 DHC코리아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DHC 텔레비전과는 다른, 반대의 입장으로 이 문제에 대처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린다”면서 “이번 문제에 대해 국민, 고객, 관계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DHC코리아 측은 이처럼 일본 본사와 선을 그으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싸늘한 여론은 지속됐다. 정작 일본 본사 측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 입장이 없었던 데다, 이후로도 요시다 회장의 혐한 발언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해 11월 경쟁사인 산토리가 광고모델로 한국 계열 일본인을 주로 기용해 인터넷에서 야유 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논란을 샀다. 당시 그는 한국계 일본인에 대한 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도 사용했다. 

올 4월에는 일본 공영방송 NHK가 요시다 회장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비판 방송을 내보내려 하자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NHK는 일본의 조선화(化)의 ‘원흉’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NHK는 간부, 아나운서, 사원 대부분이 한국계”라며 “튀어나온 턱과 평평한 뒤통수 등으로 한국계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잇단 막말 발언은 불매운동에 더욱 기름을 붙게 했다. CJ올리브영을 비롯한 국내 주요 헬스&뷰티스토어 브랜드들은 논란이 가중되자 DHC 브랜드를 퇴출시켰다. 이어 쿠팡과 11번가, G마켓, 옥션, 위메프, 티몬 등도 DHC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 주요 유통채널에서 퇴출되면서 DHC코리아의 실적 역시 크게 악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는 한국 시장 철수라는 부메랑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요시다 회장의 발언은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비판을 산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최근엔 핀란드 캐릭터 브랜드 무민을 관리하는 회사는 DHC와의 캐릭터 제휴 협력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는 요시다 회장의 차별적 발언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알려졌다. 요시다 회장의 잇단 막말 발언은 브랜드 신인도 저하 뿐 아니라, 사업상 차질로도 연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과연 요시다 회장의 논란 행보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DHC 측이 한국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불매운동의 대상에 올랐던 일본계 주요 회사의 행보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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