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이 SH 사장직 재도전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이 SH 사장직 재도전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임명이 이번에도 무산됐다. 서울시가 최종 후보 2인 중 SH 사장을 택하지 않으면서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의 재도전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6일 SH 임원추천위원회에 사장 후보자 재추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한창섭 전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과 정유승 전 SH 도시재생본부장이 사장 후보로 서울시에 추천됐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누구도 택하지 않았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김 전 본부장이 면접에서 낙마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때 김 전 본부장에 대해 “평생을 시민운동에 종사하시면서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에 전념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본부장이 사장 공모에 나선 것도 오 시장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금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 속에서 김 본부장님 같은 분을 모셔서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 그래서 응모를 제안드렸고 다행스럽게도 그분이 거기에 응해주셨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은 SH 임원추천위원회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최종 2인에 들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오 시장이 후보자로 지명했던 김현아 전 의원이 ‘다주택’ 논란에 휩싸이며 자진 사퇴한 데 이어 직접 공모를 제안했던 김 전 본부장마저 면접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서울시는 재공모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로써 4월 7일 김세용 사장이 퇴임한 뒤 5개월째 비어있는 SH 사장직의 공백은 한동안 이어지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을 품을 수 있을까.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을 품을 수 있을까. /뉴시스

◇ 오세훈 ‘Pick’ 김헌동, 재도전 나설까

서울시가 SH 사장 재공모에 나서게 되면서 김 전 본부장의 재도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1, 2차 공모에서 탈락한 후보도 다시 공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과 김 전 본부장은 오랜 기간 부동산 정책을 놓고 교감해왔던 사이로 오 시장은 2006년 9월 처음 서울시장을 맡았을 때 김 전 본부장이 주장했던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 부동산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김 전 본부장도 보궐선거 이후 오 시장이 집값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며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 전 본부장은 SH 사장에 올라 집값을 잡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기간이라도 SH 사장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라며 “당장 서울 강남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후분양 아파트부터 토지는 놔두고, 건물만 분양하면 된다. 그러면 서울 강남에 30평 아파트를 3억원에 분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을 모시기 위해 서울시가 SH 임추위 자체를 새로 구성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따른다. 김 전 본부장은 임추위의 면접 과정에서 최하점을 받으면서 최종 추천 후보에 들지 못했다. 

SH 임추위는 서울시 2인, SH 2인, 서울시의회 3인 등 추천을 통해 총 7인으로 구성된다. 김 전 본부장이 시의회 추천 위원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재도전에 나서더라도 임추위의 변화가 없다면 같은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적잖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이 좀처럼 안정세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SH 사장 공백이 길어지며 골치가 아파진 오 시장. 자신이 공언했던 ‘스피드 주택공급’ 등 부동산 정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SH 사장 선임이 더 길어진다면 얼마 남지 않은 임기의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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