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강원도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뉴시스
9일 오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강원도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최근 윤석열 전 총장 재직 시절이던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당시 서울 송파갑 후보였던 김웅 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에선 관련 의혹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언론에 의혹을 제보한 제보자가 누군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 측은 제보자가 국민의힘 측 인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은 9일 MBC 라디오에서 제보자에 대해 “이미 밝혔지만 국민의힘 측 사람이다, 여기까지 저희들이 밝혔죠”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실명이 떠돌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가 국민의당 등을 거쳐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범보수 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 합류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A씨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정치권이 제보자의 신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보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번 의혹 사건의 파장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제보자가 현재 여당 대선주자 캠프와 연관된 인물이면 이번 의혹은 ‘윤석열의 고발 사주 의혹’이 아니라 ‘여권의 윤석열 죽이기 공작 의혹’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 윤석열-김웅, ‘제보자 때리기’ 의도

이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과 김웅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는 ‘제보자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보자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야 이번 의혹이 ‘정치 공작’이라는 것이 합리화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보자에 대해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이가 없고 저도 들었다”면서 “여러분도 그 사람의 신상에 대해서 전부 다 알고 계시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김웅 의원은 다수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자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김 의원은 “제보자는 윤석열 전 총장, 유승민 전 의원을 모두 잡으려는 것”이라며 “제보자는 과거에 조작을 했던 경험이 많아서 인연을 끊었다.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지는 순간 이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지가 다 무너진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금은 황당한 캠프에 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의 ‘제보자 공격’에 여권은 제보자를 겁박하지 말고 진실 규명에나 성실하게 임하라고 공격했다.

김진욱 민주당 대변인은 9일 서면 브리핑에서 “지금 윤 전 총장이 해야 할 일은 제보자를 공격하고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대선 예비후보로서 책임있고 성실하게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선 캠프 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김웅 의원이 ‘황당한 캠프에 가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재명 캠프를 지명한 것 아닌가 싶은데, 이재명 캠프를 다 살펴보니까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그래서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혹의 핵심은 손준성이라는 수사정보정책관이 누구의 지시로 이런 걸(고발장) 썼느냐(이다). 수사정보정책관 이분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아주 핵심 측근이라고 하는 의혹이 있다”면서 “이것에 대해서 윤 전 총장은 해명을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나 김웅 의원이 물타기를 하고 있다. 제보자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그렇게 제보자의 신뢰성을 물고 늘어져야 정치 공작 프레임으로 맞설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제보자에게 집중할 필요가 없다. 고발장의 진위 여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로 지목된 A씨는 SNS를 통해 ‘윤석열 대검찰청의 야당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전 총장과 김웅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A씨는 “김웅 의원과 윤 전 총장은 지속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함께 보도되는 사건의 심각성, 자신들의 공적 신분과 의무조차 망각하는 것, 매우 중차대한 대선에서 격이 떨어지는 수준의 망발을 일삼고 있다”며 “이와 관련하여 매우 강력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외의 본 사건과 관련하여 어떠한 대응을 할지 늦지 않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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