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일대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황교안 미래통합당 종로구 후보가 종로구 이화동 일대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뉴시스
흔히 서울 종로 지역구를 ‘정치 1번지’라고 부른다.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유세를 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치 1번지’. 통상적으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를 두고 일컫는 단어다.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 기관들이 종로구에 몰려 있는데다,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윤보선 전 대통령(3·4·5대 국회)과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15대 국회)이 종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각 당 대선 경선 도전자 중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종로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 “지역구 의원의 의무 과소평가”

하지만 종로 출신 지역구 의원들은 수난을 당했다. 윤 전 대통령은 종로 일대에서 내리 3선을 했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물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15대 총선에서 종로에 입성했지만, 선거법 위반 판결이 내려지기 전 사퇴했다. 그리고 15대 총선에서 이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노 전 대통령은 1998년 재보궐선거에서 종로 국회의원에 선출됐지만, 16대 총선 당시에는 종로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주의를 타파를 기치로 내세우며 부산 북강서을로 향했다. 

2002년 8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박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18대 총선 때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와 맞붙어 신승했지만, 19대 총선에서 불출마했다. 19·20대 총선에서는 정 전 총리가 당선됐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종로의 국회의원인 이 전 대표는 당선된 지 1년 5개월여 만에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현재 종로구는 ‘정치 1번지’라는 명성은 있으나, 종로구와 중구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차기 총선에서 통합 선거구로 획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도심지로 기능하며 인프라가 확충될 여지가 적었고, 이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역 내에서는 해당 지역을 발판으로 삼아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의원보다는 ‘지역 밀착형’ 정치인을 원하는 민심이 있었다.

그러나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전 대표가 종로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선거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지난해 21대 총선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모두 대권주자급으로 평가받았다. 지역주민으로서는 지역 밀착형 정치인을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대선 경선을 위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해 지역민심이 뒤숭숭한 상태다. 종로 지역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정치 1번지 이전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민들의 복리를 진흥할 의무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며 “대선만 바라본 사퇴 선언에 지역주민들이 다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할 지 걱정스럽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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