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에서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검찰 고발 사주 의혹으로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이번 의혹과 거리를 뒀지만, 당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김웅 의원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압수수색까지 벌어지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당내 검증단을 구성해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무색해진 모습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의원회관 압수수색은 불법적인 압수수색이고 사실상 야당 정치인이 작성했다는 자료를 훔쳐 가기 위한 모략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적법하게 압수수색 영장이 제시 안 된 상태에서 김웅에게 허락받았다고 말하고 압수수색이 시작됐다”며 “적법하게 제시하면 충분한 협조가 가능한데 왜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자료를 빼가려고 한 것인가”라고 공수처를 직격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경 김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을 압수수색했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정치 공작’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 보좌진 컴퓨터를 수색하는 등 적법치 않게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참고인 신분’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참고인 신분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 하는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다”고 분노했다. 국민의힘은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와 불법수색죄 등으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정치 공세’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고심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관련 리스크가 이미 당 전체로 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간 이 문제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왔지만 더는 이를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에 당이 직접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점식 의원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고발장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발장 초안은 최종 고발장을 작성한 조모 변호사에게도 전달됐다. 그간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최 의원을 고발한 고발장과 검찰이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고발장이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 사실상 그 ‘연결고리’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 자체 조사 실효성 ′글쎄′

이번 사안과 관련해 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예정이었다. 국민의힘은 전날(9일) 공명선거추진단을 구성해 자체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단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맡았다. 이준석 대표는 “전체적 상황을 관리할 수 있고 언론과 소통이 편하고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분)”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의 자체 조사는 의미가 없다”며 “당원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 근거 없이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응징을 받고, 대선 정국에서 블랙홀에 빠지는 것”이라며 “결국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선주자들 간 상충된 이해관계도 소란을 부추기고 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당장 단장인 김 최고위원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 냈다. 홍 의원은 “여태 앞장서 윤석열 후보 역성들다 검증하려 들면 얼마나 힘들겠냐”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도 “그분은 윤석열 후보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 아니냐”고 비꼬았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가당치 않은 야당 탄압을 운운할 것이 아니고 수사에 협조하고 진실을 밝히라”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자체 검증단을 꾸릴 때가 아니라 공수처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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