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빅테크(BigTech)’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시장지배력이 너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이것이 시장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빅테크(BigTech)’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말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비대면 기술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서비스·기술의 사업과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점점 커지고 있다. IT시장 전체를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 기술혁신 이끌던 빅테크… 시장 장악으로 ‘권력화’

단어의 뜻 그대로 ‘대형 IT기업’을 뜻하는 ‘빅테크(Big Tech)’는 IT기술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들이라고 볼 수 있다. 빅테크 기업은 해당 기업들 작게는 게임, 금융, 미디어 서비스부터 크게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통신, 금융서비스 등 거의 모든 IT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대표적 예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통신3사가 빅테크 기업이라고 꼽힌다. 해당 기업들 모두 게임, 앱(App), 금융, 쇼핑, AI, 클라우드 등 다양한 IT서비스와 기술들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빅테크 기업의 존재는 각 국가에 상당한 경제적 이점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경우, 빅테크 3사라고 꼽히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각각 △구글 618억8,000만달러(약 71조5,000억원) △애플 814억3,400만달러(약 94조2,000억원) △MS 461억5,000만달러(약 54조2,2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술적으로도 빅테크 기업의 존재는 국가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AI, 클라우드 등 국가 연구원들이 투자 자금 및 실험 장비들의 한계로 인해 추진하기 어려운 기술의 경우, 막대한 투자금과 인재를 지원해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에서 개발한 ‘알파고(Alphago)’의 경우 전 세계 AI기술 진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곤 한다.

하지만 IT업계와 경제분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빅테크 기업는 기술혁신의 주역이라는 ‘밝은 점’도 있지만 독과점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가격을 현격하게 낮춰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판매량을 극대화 시켜 시장 장악력을 키운 후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은 지난 3월 발표한 ‘美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규제 현황 및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디지털경제는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의 자기강화 속성 등으로 인해 독과점 구조로 귀결되기 쉽다”며 “이로 인해 기업 간 경쟁은 경쟁기업들이 공존할 수 있는 ‘시장 내(in market) 경쟁’이 아닌, 시장 지배적 기업이 전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for market 경쟁’의 양상을 띤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는 구글의 인앱결제와 안드로이드 오토 차단을 들 수 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 서비스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인앱 결제 시에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특히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의 독점 사례로는 ‘구글’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된 사건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다. 초기 앱(App)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만든 앱스토어 플랫폼 구글 플레이를 제공해 많은 앱 이용자들과 사업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구글은 구글플레이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 시장 내 영향력이 급증하자 인앱 결제 시에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해 콘텐츠 업계와 이용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구글은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등 국내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은 자사가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실행되지 않도록 차단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자동차에서 구현 가능토록 하는 기능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앱 T-map 등을 구글 앱마켓이 아닌 원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는다면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구동되지 않는다. 이에 이탈리아 반독점당국에서는 지난 5월 구글 이탈리아 지사와 모회사 알파벳에 과징금 총 1억200만유로(한화 1,400억원)을 부과했으며,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도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 중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갑질 행위를 했는지 실태 점검에 나선 상태다.

메리츠증권 황수욱 글로벌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표한 ‘미국 반독점 규제의 현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재 빅테크 기업이 독점권을 발휘하는 목적은 이윤 극대화가 아닌 ‘시장 지배력’과 ‘플랫폼의 장악’”이라며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매출액을 증대시키고, 고객 저변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플랫폼부터 AI 알파고까지 수많은 IT기술을 이끌고 발전시키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던 구글은 결국 IT시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독점 행위를 지속하면서 이젠 시장을 장악한 ‘악당’으로 다른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과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게 된 셈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전체의 점유율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으며, 미국은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구글 및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각국 정부 반독점 규제 위한 움직임… 전문가들 “빅테크 의존성 낮추는 노력 필요해”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전체의 점유율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이용자들과 기업들은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9월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인의 81%가 빅테크의 막강한 권력에 우려하고 있으며, 60%는 규제 강화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 역시 빅테크의 시장 장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조사 결과(YTN 의뢰)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장악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반독점 규제’라는 대응 카드를 서둘러 내놓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빅테크 기업들을 보유한 미국 정부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에 강력한 견제를 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와 FTC(미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미 하원의원 조사 결과와 자체 수사 결과에 기초해 주·지방 검찰과 공동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법무부의 경우 지난해 10월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도록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 금전적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경쟁사의 검색시장 진입을 막은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FTC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을 신생 경쟁기업(인스타그램·와츠앱)을 인수하면서 SNS시장을 독점화한 혐의로 기소했다.

우리나라 역시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에 나서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 예다. 지난달 3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모바일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앱 마켓에서 모바일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 포함돼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은 법안이 통과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초로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들은 모두 이번 법안 통과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 행위에 대해 단순한 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이용자와 사업자들이 현재 보이고 있는 지나친 의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빅테크의 영향력 증대는 결국 사용자들의 높은 서비스 의존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김준산 연구위원은 ‘빅테크, 기업인가 권력인가’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 권력화 관련 논란은 사용자 집중으로 빅테크의 권한이 전에 없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며 “개별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권한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빅테크 서비스에 존속되지 않도록 상시 타 서비스 또는 여타의 방법으로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언제든 디지털 서비스 사용을 멈출 수 있는 주체성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갈수록 막강해지는 빅테크의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간단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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