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가 13일 국회에서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뒤 차량에 올라 배웅하는 캠프 소속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가 13일 국회에서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뒤 차량에 올라 배웅하는 캠프 소속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중도 사퇴하면서 민주당 경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범친노·친문을 아우르며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한 정 전 총리는 경선 초반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빅3’로 불리웠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경선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채 중도 사퇴를 선택했다.

정 전 총리는 13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면서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 전 총리는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며 “함께 뛰던 동료들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두고두고 갚겠다”고 짧게 사퇴의 변을 밝혔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12일 공개된 1차 선거인단 개표 결과와 강원 지역 경선을 포함한 누적 득표율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로 4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1.41%로 선두 달렸고 이낙연 전 대표는 31.08%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11.35%를 획득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차지했고 정세균 전 총리 4.27%에 그쳤다. 뒤를 이어 박용진 의원은 1.25%, 김두관 의원은 0.63%로 집계됐다.

4위로 밀려나자 충격에 빠진 정세균 전 총리는 13일 오후 경선 캠프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진로 문제를 논의한 끝에 후보직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 정세균, 경선서 누구 지지할까

정 전 총리가 4위로 밀려난 것은 당내 막강한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정책 비전 제시 등 이슈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세균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경선 성적이 저조했던 이유에 대해 “정세균 전 총리가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을 지냈지만 상대당에서는 이준석이라는 젊은 당대표가 뜨는 등 상대적으로 정 전 총리가 노회한 후보로 보였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면서 장관 시절 윤 전 총장을 ‘정치 검찰’이라고 규정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추미애 전 장관에게 강성 지지층의 표심이 몰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YTN에서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윤석열 전 총장과 가파르게 대치했던 법무부 장관인데 그런 부분들이 당내의 권리당원이라든지 그런 쪽에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며 “일부 언론은 '추미애가 옳았다' 이런 표현들도 하던데 아마 그런 부분들도 조금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했다.

정 전 총리가 중도 사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갈 길 잃은 ‘정세균 지지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됐다. ‘정세균 지지층’ 표심의 향배는 정세균 전 총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가 경선 레이스 초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총리가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경선 완주 의지를 밝혀왔지만 정치적 색채가 가장 유사한 이낙연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 전 총리가 호남 경선(25·26일)을 앞두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같은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를 배려한 결정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아직은 특정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정세균 캠프’ 총괄본부장인 안규백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 전 총리가 다른 후보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잘 모르겠다”며 “그 논의는 추후에 하기로 했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가 대선 이후 정치적 거취 문제를 고려해 경선에서 '이길만한 후보'를 밀어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정 전 총리 측근들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대선 이후 정치적 거취 문제 등을 고려해 경선에서 될만한 후보를 도와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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