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프라인 정식 개최를 선언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프라인 정식 개최를 선언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영화 상영’에만 집중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는 정상 개최를 선언했다. 100% 극장 상영과 다양한 부대 행사로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든단 각오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15일 오후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 특징과 선정작, 프로그램 등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0월 15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과 부산 내 6개 극장에서 진행된다. 

공식 선정작은 70개국 223편이며, 모두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한다. 지난해 작품당 1회씩 상영했으나, 올해는 예년과 같이 여러 회 상영될 예정이다. 다만 전체 좌석수의 50%만을 운영하며 거리두기를 실천한다. 한국영화 GV는 100% 현장 진행으로 이뤄지지만, 해외영화 GV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할 예정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상영 편수는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300여 편이었던 예년보다 줄어들었지만, 작품 수준은 어느 해보다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다른 영화제보다 극장 상영을 더 중시한다”며 “영화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영화를 향유하고 공감하고 느낌을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00% 극장 상영 원칙을 올해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극장 상영 개봉 기회를 얻기 어려운 단편은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개‧폐막식과 오픈토크, 야외무대인사 등 주요 프로그램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된다. 지난해와 달리 프레스배지 및 프레스센터도 운영한다. 반면 아시아영화펀드(Asian Cinema Fund, ACF), 아시아영화아 카데미(Asian Film Academy, AFA), 플랫폼부산 등의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잠정 중단한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개막식은 정상적으로 열린다. 오프라인 개막식의 개최를 위해 방역당국과 논의를 마친 상태이며 가능한 것으로 결론 내려지고 있다”며 “전체 관객 수는 상당수 축소돼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드카펫 행사와 공연, 시상 등의 행사는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알렸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는 영화축제의 방향과 비전을 고민했다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그 일환으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신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시도를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온 스크린’ 섹션 신설이다. 확장되는 영화산업의 현주소를 반영,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 드라마 시리즈 화제작을 월드 프리미어 혹은 아시아 프리미어로 선보일 계획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영화제 특징을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올해 영화제 특징을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영화와 비영화,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져가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신설된 섹션이다. 올해는 세 편이지만, 앞으로 상영 편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중심성과 탈중심성이 공존하는 영화제’다. 글로컬(Glocal) 시대에 맞는 지역밀착형의 관람 프로그램을 신설해 비경쟁영화제로서 탈권위, 탈중앙의 정신을 기반으로 정해진 행사장이 아닌 부산 전역, 아시아 전역에서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 계획이다. 

그 노력의 일환은 커뮤니티비프의 확장과 ‘동네방네비프’ 신설이다. 부산 남포동을 중심으로 출발했던 커뮤니티비프는 올해 부산 전역으로 뻗어나간다. 또 ‘동네방네비프’를 신설해 부산  14개 구·군 마을 공동체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지역 맞춤형 영화제를 연다. ‘영화가 마을의 일상이 되는 지역특화 브랜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중심부를 키우는 게 아니라, 영화제가 들어갈 수 있는 숨은 공간을 찾아 그곳에 있는 주민들이 영화를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올해 영화제의 특징이자 포부”라고 밝혔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의 프로그램 경향을 두고 “한마디로 대박”이라고 평가해 기대감을 높였다. 전 세계 거장들의 신작부터 올해 국제영화제를 휩쓴 명작들이 대거 초청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먼저 개막작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다. 허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조건을 갖춘 영화”라며 “작품성과 대중적 호소력, 연출 역량과 배우의 역량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는 고마운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폐막작은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룬 중국영화 ‘매염방’(감독 렁록만)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공동운영위원장과 허문영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공동운영위원장과 허문영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거장들의 신작도 만날 수 있다.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 △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 △아르노 데플레셍의 ‘디셉션’ △가스파 노에의 ‘소용돌이’ △ 마르코 벨로키오의 ‘마르크스 캔 웨이트’ △장률의 ‘야니가와’ 등이 관객을 찾는다. 

국제영화제 수상작도 대거 부산을 찾는다. 2021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감독 쥘리아 뒤쿠르노)과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배드 럭 뱅잉’(감독 라두 주데),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신의 손’(파올로 소렌티노),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하이브’(감독 블레르타 바숄리) 등이 상영된다. 

정상 개최를 선언한 만큼, 국내 영화인은 물론, 해외 게스트도 참석해 영화제를 빛낼 예정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아시아 쪽이 워낙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서 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극소수가 참여하며 대체로 유럽 쪽에서 20~30여 명의 해외 게스트가 올 예정”이라며 “국내 영화인들은 작품과 관계된 분들, 행사에 참여할 분들은 거의 빠짐없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첫 정규 구모의 국제영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많은 분들의 지지와 협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무엇보다 좋은 영화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오래오래 머무르며 영화를 즐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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