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대표가 이끄는 벽산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꿋꿋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식 대표가 이끄는 벽산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꿋꿋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벽산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벽산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시간 비판을 받아오고 있을 뿐 아니라,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벽산그룹을 향한 시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 내부거래 의존도 90% 넘는 개인회사, ‘승계의 키’로 활용

벽산그룹의 내부거래는 전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오너일가 소유의 개인회사가 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얻어 사업을 영위하고 수익을 취하는 구조다.

주인공은 벽산LTC엔터프라이즈(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벽산그룹 오너일가 3세 김성식 벽산 대표와 그의 동생인 김찬식 부사장, 그리고 세 자녀가 나란히 지분 20%씩을 보유 중이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영위 중인 사업은 건축자재, 철물 및 난방장치 도매업이다. 벽산그룹의 핵심계열사가 영위 중인 사업과 밀접할 뿐 아니라, 실제 전제 매출의 상당 부분이 계열사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34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 중 337억원이 벽산과 벽산페인트, 하츠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무려 96.6%에 달한다.

이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설립된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대체로 90%가 넘는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해오고 있다. △2011년 94% △2012년 77% △2013년 83% △2014년 94% △2015년 96% △2016년 95% △2017년 90% △2018년 97% △2019년 93% △2020년 96% 등이다.

올해도 달라진 것은 없다. 벽산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벽산·벽산페인트·하츠 등은 올해 상반기 벽산엘씨티엔터프라이즈와 190억원 규모의 매입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벽산엘씨티엔터프라이즈 입장에선 매출로 잡히는 거래다. 지난해 상반기엔 170억원이었던 규모가 10.4% 증가한 모습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내부거래가 벽산그룹의 승계와 밀접하게 연결돼있다는 점이다.

벽산그룹은 한때 30대 재벌그룹으로 위상을 떨쳤으나 외환위기 당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형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2010년대 중반엔 벽산건설 파산으로 그룹의 근간이었던 건설업마저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 2세 김희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김성식 대표가 진정한 3세 시대를 열어젖힌 바 있다. 

하지만 김성식 대표는 지분 확보라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가뜩이나 벽산그룹 오너일가의 지분이 25% 수준에 불과한 가운데, 김성식 대표 본인의 지분은 2.5%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다름 아닌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대물변제 방식으로 벽산 주식 320만주를 손에 넣으며 기존에 4.96%였던 벽산 지분을 10.64%까지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지난해 3월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어 지난해 5월 122만주를 추가로 장내매수하며 보유 지분은 12.42%까지 올라갔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을 김성식 대표와 동생, 자녀들이 보유 중인 점을 고려하면, 김성식 대표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한 셈이다. 또한 여기에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투입됐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벽산그룹의 이 같은 내부거래를 향한 비판과 문제제기는 그동안 꾸준히 이뤄져왔다. 하지만 벽산그룹은 따가운 지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도 내부거래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시사위크>는 지속되는 내부거래 실태에 대한 벽산그룹 측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담당자와 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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