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부발전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와 갑질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남부발전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남부발전(이하 남부발전)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와 갑질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당한 지시에 시달리던 직원은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낳고 있다.  

◇ “하청업체 직원, 원청 부당 업무 지시·막말 시달리다 투신 시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와 발전HPS지부 등은 지난 16일 부산 남구 한국남부발전 본사 앞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갑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남부발전의 경상정비 분야 하청업체 한국플랜트서비스(HPS) 소속 노동자 A씨가 원청의 갑질에 시달리다가 최근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6시50분께 부산 사하구 감천동 한국남부발전 부산빛드림본부(부산발전본부) 건물 3층에서 투신했다. 허리와 발목 등을 크게 다친 A씨는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상해를 입었으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이번 사건은 A씨가 원청인 남부발전의 부당한 지시와 직장 내 갑질을 항의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가 작업허가서 없이 위험한 일을 지시받거나 감독자의 폭언에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원청의 직접 지시로 작업허가서 없이 염산탱크 세정작업을 수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염산가스에 노출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또한 보호장구도 챙기지 못한 채 염산탱크 누수 방지 작업을 진행하거나, 정원 5명이 필요한 작업에 2명이 투입되는 일도 있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조 측은 “A씨가 시간 내 작업하기 어렵다고 보고하자 원청의 감독자는 막말과 폭언 등을 일삼으며 작업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조 측은 “A씨와 동료직원들은 발전소 경상정비 업무와 연관 없는 원청의 합숙소 설비나 원청 소유 사택의 에어컨 정비작업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투신 시도를 하기 전, 3개월간 이러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갑질이 집중적으로 행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날 노조는 남부발전에 △사과와 갑질 관련자 징계 △직접 지시와 불합리한 계약 내용 근절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이날 노조 측은 “발전소 현장은 3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청년노동자 김용균 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극이 일어난 것에 분노한다. 해당 요구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발전소 비정규직의 즉각적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향후 조사를 통해 노조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남부발전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유감스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협력업체 직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이렇게 입장을 밝히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사고 당시 갑질에 대한 언급이나 요구가 없었는데 4주가 지난 시점에서 갑질 표명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조사를 통해 노조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조처하겠다”고 전했다.  

이승우 사장은 지난 4월 한국남부발전 수장으로 취임한 인사다. 이번 사안은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 다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임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이 사장이 이번 문제에 대해 어떤 대처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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