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호 네네치킨 회장이 자녀 회사에 통행세를 안겨준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네네치킨 홈페이지
현철호 네네치킨 회장이 자녀 회사에 통행세를 안겨준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네네치킨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자녀 명의의 회사에 소위 ‘통행세’를 안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철호 네네치킨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심각한 오점을 남긴 모습이다. 무엇보다 ESG경영이 강조되고, ‘가치소비’가 확산되는 추세 속에 나타난 ‘오너리크스’로 네네치킨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아들 회사에 통행세… 1심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지난 16일 <MBC> 단독보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현철호 네네치킨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동생 현광식 네네치킨 대표 역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에 벌금 17억원을 선고받았다.

현철호 회장의 혐의는 자녀 회사에 소위 ‘통행세’를 안겨준 것이다. 네네치킨은 2015년 9월 기존에 소스를 공급해오던 거래처와 관계를 돌연 끊고 새로운 업체와 손을 잡았다. 이 업체는 네네치킨에 소스를 공급하는 독점권을 부여받았는데, 여기엔 중요한 조건이 있었다. 소스 원재료를 반드시 특정업체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네네치킨이 지목한 특정업체는 다름 아닌 현철호 회장 아들 명의의 회사였다. 당시 이 회사는 불과 몇 개월 전에 설립된 상태였으며, 심지어 소유주인 현철호 회장 아들은 이때 군복무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회사의 서류상 대표는 네네치킨 이사의 배우자였고, 3년 가까이 단 한 명의 직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무실로 등록한 곳은 네네치킨에 소스를 공급한 업체의 회의실이었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였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처럼 모든 게 정상적이지 않았던 이 회사는 소스 원재료도 시세보다 30% 비싸게 공급했다. 네네치킨 가맹점주들에게 판매한 치킨용 밀가루 역시 기존 가격보다 비쌌다. 그렇게 이 회사가 챙긴 ‘통행세’는 47억여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네네치킨 측은 합리적 경영판단에 의한 것이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 같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또한 현철호 회장을 향해 “네네치킨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노력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행위는 기업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린 것일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의 신뢰를 배반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철호 회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일련의 혐의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꽤나 무거운 처벌까지 받으면서, 본인의 명예는 물론 네네치킨의 브랜드 위상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철호 회장은 그동안 ‘홍익인간’,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을 자신의 제1 경영철학으로 내세워온 인물이다. 또한 네네치킨은 ‘바르게 느끼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마음에 담고, 바르게 행동한다’를 모토로 내걸며 “외식사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참된 의미를 실천해 고객님께 ’사랑 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네네치킨은 ESG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가치소비’가 확산되는 추세 속에 중대한 오너리스크에 휩싸이게 됐다. 당장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진데다, 자칫 불매운동 등 소비자 차원의 철퇴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국내에서는 사회적 가치 등을 소비의 중요한 잣대로 삼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오랜 세월 불매운동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 남양유업이나 일본에 뿌리를 둔 DHC코리아가 끝내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대로는 소위 ‘착한소비’로 ‘돈쭐(돈으로 칭찬한다는 의미)’을 내는 사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체재가 얼마든지 많다는 점에서 ‘가치소비’에 따른 여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같은 ‘가치소비’ 트렌드는 특히 ‘MZ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네네치킨의 민낯은 MZ세대가 민감하게 여기는 ‘공정’의 가치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네네치킨을 둘러싼 기류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한편, <시사위크>는 해당 판결 등에 대한 네네치킨 측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담당자의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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