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 기조연설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 기조연설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마지막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다시 한 번 꺼내든 것은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접점을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단순히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라는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 종전선언, 주변국 역할 필요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를 언급한 이유에 대해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의 주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참석한 2018년 73차 총회 연설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만 언급했었다. 그러나 이후 ‘하노이 노딜’, 선언의 주체가 3자인지 4자인지 논쟁 등으로 인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사실상 용도폐기 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이 4자 종전선언을 재촉구한 것은 주변국의 협조가 있어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올해는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이기도 하며, 내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현 시점에서 종전선언을 실현하려면 북한과 ‘혈맹관계’임을 과시하는 중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우리 측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영변 핵시설 재가동 조짐을 드러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는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북중미 반응이 관건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상징적이며 정치적인 행위로 여건만 되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상태에서 그것이 저희가 갈 수 있는 최선의 징검다리”라며 “종전선언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행위며, 북한도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북미대화가 잘 이뤄져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면 언제든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며 “우리는 한반도와 역내 안정을 증진하고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실질적 계획이 포함된 구체적 진전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외교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및 인도주의적 지원 가능성을 언급해 어느 정도 호응을 보인 셈이다. 미 국무부 역시 종전선언 논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북한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의 상황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엔총회를 앞두고 북한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하는 것 역시 부정적인 전망에 근거를 더하고 있다. 

종전선언의 주체로 언급된 중국의 반응 역시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4자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지난 15일 왕이 국무위원 및 외교부장과의 만남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왕 위원도 이 자리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계기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마음만 먹는다면 중국으로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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