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지지를 철회했다. 최 전 원장이 발표한 ′가덕도 신공항 전면 재검토′ 공약이 화근이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지지를 철회했다. 앞서 ‘최재형 전도사’를 자처했던 그는 “지난 한 달여 최재형 후보의 발언과 정치적 행보를 보면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재형 후보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 최재형에 대한 첫 감정은 ‘대한민국에 국운이 있구나’였다”며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대통령에게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성숙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최재형 전도사를 자청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7월 20일 최 전 원장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전‧현직 의원들 38명이 최 전 원장의 자문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캠프 내 잡음을 시작으로 갑작스러운 캠프 해체까지 이어지면서 파열음이 새어 나왔다.

정 전 의장의 지지 철회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는 최 전 원장의 최근 정치 행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 캠프 해체를 하기로 했다는 사후통보를 받고 내심 불편했으나 ‘최재형다움’으로 승부를 보시라고 마지막 충언을 드리고 명예공동선대위원장 직을 내려놓았다”며 “그러나 캠프 해체 전후 최재형 후보의 역선택 방지 포기, 낙태와 상속세 폐지 등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정책 발표를 보고 크게 실망해왔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는 트리거가 됐다. 최 전 원장은 지난 23일 가덕도 신공항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 전 의장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발언을 접하고는 아연실색했다. 이것은 제가 생각한 최재형다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발언은) 협소한 수도권 일극주의에 매몰된, 국가 미래에 대한 낮은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너무나 부족한 분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장은 “한 나라의 운명과 미래를 열어갈 정치인이 사회적 쟁점에 대해 개인의 주장을 여과 없이 쏟아 내거나,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곧 공적인 발언으로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치의 본령에 맞지도 않다”며 “이런 정치는 저 자신의 정치철학인 ‘화합과 통합의 정치’와도 전혀 다른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 달여 최 후보의 정책발표와 행보는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키기 위해 논쟁적 사안의 극단을 선택하면서 논란을 쏟아내는 것”이라며 “이는 표를 의식하는 기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당장의 인기와 표를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 ‘마이웨이’에 우군이 등을 돌리는 모습이 이어지며 위기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앞서 최재형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영우 전 의원은 최 전 원장의 ‘상속세 폐지’ 공약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아울러 최 전 원장을 돕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주장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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