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는 지금 플랫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도로변에서 기다리다 손을 흔들어 잡던 택시도, 음식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했던 배달음식도 모두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하게 해결 가능하다. 

이 같은 플랫폼은 서비스 및 상품을 제공하는 쪽과 이용하는 쪽 모두에게, 나아가 산업 전반에 획기적이고 커다란 이점을 안겨준다. 

가장 대표적인 택시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엔 한없이 도로를 배회하며 승객을 찾아다녀야했던 택시는 이제 그런 수고 없이도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반대로 승객 역시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변에 서서 고생할 일이 없어졌다. 목적지나 택시비 문제로 실랑이를 벌일 소지도 크게 사라졌고, 안전과 관련된 문제 역시 한결 해소됐다.

이러한 이점으로 제공자와 사용자가 몰려들면서 자연스레 시장 규모도 전보다 커졌다. 택시의 경우, 수요와 공급을 보다 구체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보니 천편일률적이었던 서비스가 세분화되며 이전에 없던 시장이 열리고 있다. 단순히 밴 택시나 고급택시를 넘어 자녀의 하교 및 학원 이동, 환자의 병원 이동 및 진료 보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도 머지않아 일상적으로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플랫폼은 더할나위 없다. 하지만 플랫폼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은 플랫폼이 필연적으로 지니는 ‘힘’에서 비롯된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공급자와 이용자가 많이 모여들어야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고, 보다 큰 가능성도 실현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을 장(場)에 불러들이느냐가 플랫폼의 흥망성쇠를 가를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문제는 ‘몰려듦’이 만들어내는 힘의 대부분을 플랫폼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플랫폼의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공급자 및 이용자 위에 군림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수수료를 비롯한 여러 갑질 논란은 바로 여기서 태동한다.

이 지점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플랫폼이 지니는 힘은 누가 만드느냐다. 물론 공급자와 이용자가 한데 모일 장을 마련하고, 이들을 원활하게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만, 여기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이용자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제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 있더라도 참가자가 없다면 존재의 가치가 없다. 플랫폼 스스로는 어떠한 서비스 및 상품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소비도 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가치가 하나 더 존재한다. 바로 데이터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구성원들은 필연적으로 데이터라는 발자국을 남긴다. 배달앱을 예로 들면 주문한 메뉴부터 수량과 시간, 배달경로 및 소요시간과 같은 것이 모두 데이터다. 이는 빅데이터를 이루는 요소가 되고, 이렇게 형성된 빅데이터는 새로운 차원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자원이다.

즉, 플랫폼은 공급자와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만 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데이터라는 중요한 가치를 얻어간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이미 데이터라는 값진 수수료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플랫폼은 수수료 수익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힘의 대부분을 플랫폼이 차지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플랫폼과 참여한 구성원들이 함께 만든 힘이니만큼, 모두가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플랫폼 운영에 있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와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하는 것이다.

플랫폼이란 훌륭한 존재가 갑질과 같은 구시대적 논란으로 날개를 펴지 못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플랫폼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이 함께 지혜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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