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약′ 논란에 휘말렸다. 정책 행보를 통해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그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네거티브 공세 대신 중도 확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정책 행보에 힘을 싣고 있지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치 입문 때부터 제기된 ‘자질 논란’에 기름만 부은 모양새가 됐다.

24일 윤 전 총장은 ‘청약통장’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해당 발언은 전날(23일)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주자 2차 TV 토론회에서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이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보셨냐”고 질문하자 윤 전 총장은 “집이 없어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이 구설에 구설에 올랐다. 청약통장은 무주택자가 신규 분양 아파트를 청약하기 위해 개설하는 것이지만, 윤 전 총장의 대답은 이와 정반대였던 탓이다. 질문을 한 유 전 의원이 “집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 데다, 결혼도 50세가 넘어서 했기 때문에 주택청약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진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더욱이 앞서 ‘군 복무자에게 주택청약 5점 가점을 주겠다'는 공약도 논란을 증폭시킨 요인이 됐다. 

정치권에선 공약을 내놓고도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 어려움과 고충에 대해선 공부를 하나도 안 했다는 방증 아니겠냐”라며 “주거 안정, 주택정책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캠프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도대체 청약통장도 모르면서 본인이 나와서 읽고 있는 부동산 공약을 과연 이해하고 있을까”라고 힐난했다.

◇ ‘공약 표절’도 연일 도마 위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 측은 윤 전 총장 측이 자신들의 공약을 ‘표절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군 복무자 청약 가산점’ 공약에 대해 “남의 공약을 그대로 ‘복붙’하면 양해라도 구하는 게 상도의 아닌가”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자신이 공약으로 내건 한국형 지아이빌(G.I.Bill‧제대군인지원법) 공약과 똑같다는 것이다.

홍 의원 캠프에서도 윤 전 총장 측의 ‘표절’을 주장했다.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은 전날(2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어제(22일) 윤석열 캠프에서 발표하는 외교‧안보 공약들 앞에 ‘국익 우선으로 가겠다’고 말씀을 하셨다”며 “그 부분 역시 우리 홍준표 캠프에서 ‘국익 우선주의를 천명하겠다’라는 문장과 좀 겹쳐 보여서 참 유감스러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러한 표절 논란에 적극 선을 그었다.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다 보면 비슷한 공약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그는 전날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이 ‘공약 짬뽕’, ‘카피 닌자’ 등의 비판을 쏟아내자 “특허가 있나”, “우리 당 어느 후보도 제 공약은 얼마든지 쓰라”며 반박했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도 “정책과 공약에는 저작권이 없다”며 논란 차단에 주력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그의 ‘자질 논란’으로 다시 번진다는 점이다. 검사 출신인 그는 정치 입문 때부터 계속해 이같은 비판을 받아 왔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비전이 명확하지 않으니까 세부 전략을 나열할 수밖에 없고 나열하다 보니 (공약이) 겹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결론은 대한민국이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시대 통찰적 비전이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정책 행보를 통해 중도층을 공략하려던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사소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메시지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자기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한 약점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보완을 할 필요는 있다”며 “어떻게 이야기하면 오해를 받지 않을까에 대한 정돈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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