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6 08:40
종전선언, 남북대화의 단초 될까
종전선언, 남북대화의 단초 될까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1.09.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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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호응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담화를 통해 남측이 적대 정책을 철회하면 종전선언은 ‘흥미있는 제안’이라고 밝혔다. 조건부로 종전선언에 응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외무성이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것에 비해 한층 진전된 입장이다. 북한이 빠르게 입장을 내면서, 종전선언이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 재개에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김여정 “종전선언, 흥미있는 제안”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장기간 지속돼 오고 있는 조선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과 같이 우리 국가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시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언동이 지속되고 있는 속에서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었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한미 간 군비경쟁에 열을 올리면서도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는 불공평한 이중잣대를 우선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런 선결조건이 마련돼야 서로 마주앉아 의의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며 북남관계, 조선반도의 전도문제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 측의 SLBM 발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자주권 확보 차원이고, 북측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로 규정한 문 대통령의 일주일 전 발언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입장은 북측이 우리 측의 군사력 증강에 위협을 느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일인 2018년 9월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양 순안공항 도착할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일인 2018년 9월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양 순안공항 도착할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 미·중, 문 대통령 구상에 협조할 가능성 높아

문 대통령이 제안한 ‘4자 종전선언’은 남북미중이 주체인 만큼, 북한과 미국, 중국의 반응이 중요하다. 대화를 거부하던 북한은 빠른 반응을 보여줬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YTN ‘더뉴스’에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조건을 이야기했고, 김 부부장도 (담화에서) 그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다만 리 부상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한 거라 볼 수 있고, 김 부부장 담화는 우리 대한민국 역할에 대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이 외무성을 통해서는 대미 메시지를, 김 부부장을 통해서는 대남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조건부’이지만 대미·대남 메시지를 동시에 내며, 관계 개선의 여지를 열어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관계의 발전을 추동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호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전형적인 전략인 통미봉남(通美封南)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우리 정부의 의견을 상당수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정상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 논의에 열려 있다”고 했다.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의 시작’이라고 한 문 대통령의 구상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혈맹이라는 명분 아래 지금까지는 비공식적인 차원에서 다방면의 원조를 통해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비롯한 타격 전력 확충 등 대북 견제력을 넘어 동북아 전역에서도 손꼽을 수 있는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중국 역시 일방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데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문 대통령의 구상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문 대통령이 북한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에 앉힐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대북 유인책으로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라면서 북한의 행동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고, 합의 사항을 위반하면 제재를 복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같이 인도적 지원이 북한과 교류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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