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선 대표가 이끄는 보해양조가 최근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보해양조
임지선 대표가 이끄는 보해양조가 최근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보해양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보해양조에서 뚜렷한 변화가 포착된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엔 흑자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하지만 오너일가 3세이자 1985년생의 젊은 오너경영인인 임지선 대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모양새다. 

◇ 코로나19 덕에 웃은 보해양조, 임지선 대표

보해양조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430억원의 매출액과 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이 12.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무려 238%나 껑충 뛴 것이다. 특히 보해양조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7억원)을 올해 상반기에 뛰어넘었다.

보해양조의 긍정적인 실적 흐름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109억원, 1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또한 줄곧 하락세를 걷던 매출액도 모처럼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어 올해는 실적 증가세에 더욱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주류업계에 명과 암을 동시에 가져왔다. 음식점이나 주점 등에서의 주류 소비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소위 ‘홈술’이 크게 늘면서 뜻밖의 대목을 맞기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주·맥주 소비는 감소했으나, 와인이나 위스키를 비롯한 고급주류 소비는 증가했다.

보해양조는 앞서도 소주 뿐 아니라 과실주의 비중이 상당한 편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과실주 매출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또한 소주 부문의 타격은 트로트가수 송가인을 모델로 기용한 효과로 만회할 수 있었다는 게 보해양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보해양조 오너일가 3세 임지선 대표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실적 개선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자신의 행보와 회사의 실적이 묘한 엇박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985년생의 젊은 여성 오너경영인인 임지선 대표는 30세에 불과했던 2015년 대표 자리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2013년 상무로 입사해 2년도 채 되지 않아 대표에 취임했다는 점에서 금수저의 초고속 승진이란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임지선 대표 취임 이후 보해양조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했다. 특히 임지선 대표가 더 큰 역할을 맡으면 실적이 더욱 추락하곤 했다.

임지선 대표는 취임 첫해인 2015년엔 유철근 전 대표와, 이듬해부터 2018년 3월까지는 채원영 전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를 이룬 바 있다. 이 시기 보해양조의 매출액은 △2015년 1,237억원 △2016년 1,155억원 △2017년 99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015년 81억원 △2016년 -60억원 △2017년 20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18년부터는 처음으로 임지선 대표 단독대표 체제가 구축됐는데, 그 해 보해양조의 실적은 매출액 820억원, 영업손실 109억원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이듬해인 2019년 역시 매출액 760억원, 영업손실 153억원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결국 보해양조는 지난해 3월 조영석 대표를 선임하며 다시 각자대표 체제로 돌아갔다. 아울러 임지선 대표의 담당영역은 기존의 업무전반에서 해외업무 및 신사업 M&A로 변경됐다. 대신 조영석 신임 대표가 국내영업 및 경영전반을 맡았다. 보해양조가 수출보단 내수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지선 대표의 역할이 상당히 크게 축소된 셈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변화 이후 보해양조는 실적에 반전이 찾아왔다. 앞서 살펴봤듯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는 실적 개선이 더욱 뚜렷해졌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뜻밖의 변수가 주요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임지선 대표의 행보와 보해양조의 실적은 묘한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임지선 대표의 역할이 확대되면 보해양조의 실적이 하락하고, 반대로 임지선 대표의 역할이 축소되면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해양조 관계자는 “일련의 실적 흐름을 임지선 대표의 경영능력으로 연결 짓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임지선 대표는 어려운 사업여건 속에 회사의 미래를 위해 총대를 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지선 대표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며,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및 신사업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다만, 당장은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임지선 대표가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확실하게 떼어내기 위해선 해외시장 및 신사업 부문에서의 가시적인 성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보해양조의 실적 및 미래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여전히 30대의 젊은 경영인인 임지선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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