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품의 자회사인 자연과사람들의 모회사에 대판 높은 매출 의존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정식품 창업주 3세인 정연호 대표이사가 자연과사람들의 경영 지휘봉을 잡은 지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일궈내고 있는 모습이지만 한 가지 숙제는 남아있다. 바로 모회사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다.

◇ 자연과사람들, 작년 모회사 내부거래 비중 46%

정연호 대표는 2017년 말 정식품 정기인사에서 자연과사람들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지금까지 수장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정 대표는 정식품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성수 회장의 아들이다. 정 대표는 2014년 정식품의 관계사인 오쎄의 이사로 부임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후, 수년간 경영입지를 넓혀왔다. 생활문화 기업인 오쎄는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정 대표는 오쎄의 대표이사를 맡은데 이어, 2018년엔 자연과사람들의 대표이사까지 겸직하게 돼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자연과사람들은 두유 브랜드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의 100% 자회사로, 2001년 정식품에서 물적분할방식으로 분사 설립된 곳이다. 음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ODM((자체개발주문) 및 PB 생산도 병행하고 있는 자연과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가공두유, 과채음료, 혼합음료 등을 생산하고 있다. 화장품 사업 등을 영위하는 오쎄와 달리 정식품의 주요 사업과 연관성이 있어 업계에선 자연과사람들의 경영 성과가 정 대표의 후계 자질을 가늠하는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적은 어떨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연과사람들은 지난해 매출 661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7.5% 증가한 규모다. 자연과사람들은 2018년부터 최근 3년간 매출액 600억원대 중후반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 3세 경영인 정연호 대표, 독자 성장력 확보 과제

영업이익은 40~50억원대 오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 대표가 경영 지휘봉을 잡기 직전인 2017년 실적이 매출 593억원, 영업이익 28억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큰 폭의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띄진 않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실적 기반엔 든든한 후원군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모회사인 정식품과의 끈끈한 거래 관계다. 자연과사람들은 모회사인 정식품으로부터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거둬들이고 있다. 

자연과사람들은 지난해 매출(661억원)의 46%인 304억원을 정식품과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 같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40% 이상을 유지해왔다. 

물론 이 같은 높은 내부거래 이슈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선 비켜나 있다. 자연과사람들의 경우,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곳인데다 정식품이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있지도 않는 만큼 일감몰아주기 규제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 다만 높은 모회사 매출 의존도는 회사의 독자 성장성 측면에선 숙제를 남길 수 있다. 계열사 일감 외에도 다양한 매출원을 확보해야 회사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정 대표는 그간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고객사 관리로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 과연 그 의지가 주목할만한 실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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