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오너일가 3세 정유석 부사장이 올해 들어 분주한 지분 확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양약품 오너일가 3세 정유석 부사장이 올해 들어 분주한 지분 확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견제약사 일양약품 오너일가에서 중요한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3세 승계가 당면과제로 지적돼온 가운데, ‘후계자’ 정유석 부사장이 꾸준히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3세 시대를 열기까지 녹록지 않은 여정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 지분 확대 분주한 정유석, 승계 시동?

일양약품은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이 1946년 창업한 공신약업사를 전신으로 하는 75년 역사의 중견제약사다. 현재는 오너일가 2세 정도언 회장을 거쳐 김동연 사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큰 부침 없이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일양약품은 3세 승계가 당면과제로 꼽혀온 곳이기도 하다. 정도언 회장이 고령에 접어든 데다 전문경영인인 김동연 사장도 어느덧 70대의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정유석 부사장이 일양약품 지분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유석 부사장은 지난 3월 일양약품 주식 6,000주를 장내매수한데 이어 4월 2,000주, 7월 1,000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어 지난 8월엔 6,000주를 추가 매수했고, 이달 들어서도 3,000주를 더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1만8,000주가 늘어난 것이다.

물론 지분으로 따지면 아주 큰 변화는 아니다. 정유석 부사장의 지분은 3.83%에서 3.92%로 상승했다. 다만, 한동안 지분 변동이 없었다는 점과 주식을 매수하는 빈도 등을 고려하면 꽤나 유의미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정유석 부사장은 2011년 유상증자 참여 이후 줄곧 보유 주식을 늘린 적이 없었다. 오히려 2015년 전환사채 전환권 행사 영향으로 지분이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7,000주를 매수하며 침묵을 깼고, 올해는 지분 확대가 더욱 활발해진 모습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유석 부사장이 승계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도 승계문제가 과제로 지목돼왔고 그 시기가 관건이었던 만큼, 예상된 수순이란 분석이다. 

다만, 정유석 부사장은 3세 시대의 막을 올리기까지 꽤나 녹록지 않은 여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일양약품의 최근 실적 흐름이나 정유석 부사장의 후계자로서의 명분엔 큰 문제가 없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정유석 부사장은 일양약품에 입사한지 15년이 됐고,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도 3년이 지났다. 김동연 사장이 70대에 접어든 만큼, 경영승계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분 확보다. 현재 일양약품 최대주주는 정도언 회장이며, 그는 21.3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정유석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25.85%다. 오너일가의 지분이 과반은커녕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지분 증여가 이뤄질 경우 정유석 부사장이 적잖은 증여세를 감당해야 하거나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껄끄러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석 부사장을 제외한 일양약품 오너일가는 대체로 꾸준히 지분을 축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주가가 크게 오르자 정도언 회장의 형제들이 지분을 팔아 상당한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정유석 부사장이 비상장 계열사를 승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정유석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칸테크가 있다. 다만, 이 경우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오랜 세월 베일에 가려져있다 2019년 규정 강화로 실체가 드러난 칸테크는 정유석 부사장이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 곳이자, 일양약품과의 임차계약 미공개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일양약품 측은 정유석 부사장의 지분 확대 움직임과 이를 승계와 연결지어 해석하는 것에 대해 “별도로 언급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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