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의 불길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번졌다. 부친의 자택 매매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자산 관리사인 화천대유와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장동 의혹의 불길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향하고 있다. ‘부친 자택 매매’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대장동 의혹에 법조인들이 연루되면서 이른바 ‘법조 게이트’라는 말까지 새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법조인 출신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포문이 가동되는 형국이다.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는 전날(28일) 대장동 개발 자산 관리사인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의 누나 김명옥 씨가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자택을 시세보다 싸게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이같은 매매가 ‘뇌물성’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부동산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것”이라며 “신상이나 재산관계에 대해서는 당연히 몰랐다”고 반박했다. 방송을 한 유튜브 채널에 대한 형사고발도 이뤄졌다. 매매계약서는 물론 통장 거래내역을 모두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번 끓은 분위기는 쉽사리 식지 않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을 견제하려는 당내 주자들은 이를 고리로 공세에 나섰다. 이들은 앞선 TV 토론회에서 검찰총장 재임 당시 윤 전 총장이 ‘대장동 의혹’을 알고 있었는가를 집중 추궁해 왔다. 이런 가운데 주택 매매 의혹이 불거지자 직접 연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의 일치 같은 사건이 터져 나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우연의 일치가 왜 하필 김만배와 윤 후보 사이에 일어났나”라며 “윤 후보 본인이 김만배 법조 카르텔의 동조자이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공세에 열을 올리는 건 여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게이트’로 국면 전환에 주력해 온 만큼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연관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부친의 집을 화천대유 대주주 누나가 하필 딱 그 시기에 부동산 소개소를 통해 사들이는 우연은 온 우주의 기운이 모여야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고 비꼬았다. 

◇ ′특검 도입′ 앞세워 돌파구 찾기

사실 관계와는 무관하게 윤 전 총장으로선 ′늪′에 빠진 모습이다. 당장 ‘법조 게이트’라는 프레임에 빨려 들어가며 의혹이 의혹을 낳고 있는 탓이다. 이를 해명해야 하는 윤 전 총장으로선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만배 씨와 친분 관계는 단연 쟁점으로 떠올랐다. 언론인 출신 김씨가 법조 기자 생활을 했다는 점이 의혹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만배 씨를) 나도 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면서도 “서로 연락하고 그런 친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만배 씨가 기자시절 윤 전 총장에게 ‘형’이라고 불렀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우연이라는 말로 빠져나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화천대유 고문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친분도 연일 공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장 전날 TV 토론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박 전 특검 비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고, 윤 전 총장은 말을 흐리기도 했다.

수세에 밀린 윤 전 총장은 ′특검 도입′을 앞세워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수사를 통해 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 후보와 당원들은 모두 힘을 합쳐 특검 도입 등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내 주자들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윤 전 총장 측은 “중요한 시점에 아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편승해 거짓 뉴스를 더 퍼뜨리고 있다”며 “물 타기 식 거짓 의혹 제기에 편승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곽상도 의원에 이어 당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윤 전 총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여권의 정치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셈법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성남 분당구 대장동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 전 총장 부친 자택 의혹과 관련해 “매매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건너건너 친인척 관계로 엮이더라″며 ″이 정도로는 국민이 이 지적이 왜 나오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원하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투영해 민주당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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