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목’이라는 말이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권에 자리를 잡아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터넷(온라인)을 통한 클릭 한 번이면 필요한 모든 것이 문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이 말은 구문이 된 지 오래다. 가만히 앉아서 ‘오는 손님’만 기다리는 영업방식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얘기다. ‘디지털 경제’라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총 5회에 걸쳐 △소상공인 인식 전환 △플랫폼 구축 △물류환경 조성 △온·오프라인 연계 △제품 콘텐츠화 등 소상공인 디지털 생태계 혁신을 위한 밸류체인 5대 핵심요소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한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 1년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이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하루 평균 1,000여개의 자영업체가 폐업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가게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 뉴시스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 1년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이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하루 평균 1,000여개의 자영업체가 폐업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가게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전통 소상공인들에게 치명타가 됐다. 강력한 방역조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소비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산했고, 이에 따라 대면 영업방식의 전통 소상공인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 위기를 맞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 1년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이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하루 평균 1,000여개의 자영업체가 폐업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규모는 2017년 94조원에서 2020년 159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인터넷쇼핑(연평균성장률 7.4%) 보다 모바일쇼핑(연평균성장률 27.0%)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기업 역시 2020년 기준 678개로 전년대비 123개(22.2%) 증가했으며, 거래액 또한 126조원으로 전년대비 29.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이미 유통·소비시장의 구조가 디지털 기반 경제로 전환한 만큼 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방식 역시 ‘디지털’ 중심으로 변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 비대면 시장 성장 가속화… ‘필수’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간단하다. 소상공인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영업방식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디지털·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쇼핑몰과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판로를 넓혀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한 소상공업체를 살펴보면 온라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 곳(15.9%)이 그렇지 않은 곳(3.8%)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 판로가 없는 기업은 매출 감소율이 63.9%로, 온라인 판로가 있는 기업(43.2%)과 20%p나 차이를 보였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 가속화에 따라 온라인 판로가 있는 소상공업과 그렇지 않은 소상공업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업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규모는 2017년 94조원에서 2020년 159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통계청, 중소벤처기업연구원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규모는 2017년 94조원에서 2020년 159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통계청, 중소벤처기업연구원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15.4%로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활용되고 있는 기술은 대부분 온라인쇼핑몰(앱 포함 20.3%) 입점이나 스마트오더(5.1%), 무인결제/주문형 키오스크(1.3%) 정도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전국 2,155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판로 실태’ 조사에서도 ‘온라인 판로가 없다’고 답변한 응답자(소상공인)는 9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판로 활용 및 판매의 정도가 어렵거나 복잡하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은 71.5%로 조사됐고, 특히 연령대별로 온라인 판로 진입에 애로사항이 다르다고 답했다.

대다수 소상공인들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법을 모르거나 어렵다고 느껴서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처지다. 설상가상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하루하루 버티기도 버거운 이들 입장에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해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소상공인 스스로의 힘만으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 “디지털화 인식개선, 자생력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상공인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소상공인 중심’의 디지털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수준에 따른 단계별·맞춤형 지원방안을 통해 디지털화에 대한 인식과 활용능력을 높여 자생력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소상공인 디지털 생태계에 안착하게 함으로써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디지털화에 대한 ‘인식개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 경제를 바라보는 소상공인들의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거나 유통하는 것이 ‘만만하고 쉬운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끔 디지털화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인식의 장벽을 없애줘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시장의 성장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소상공인 디지털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시장의 성장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소상공인 디지털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홈쇼핑 등 기존 주류 유통구조와 달리,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경제는 진입장벽이 낮고 접근이 가볍다. 하지만 여러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디지털 경제의 진입을 ‘자본(비용)이 많이 들거나 엄청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부담스러워하는 소상공인이 적지 않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진행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소상공인들의 디지털화 수준에 따라 맞춤형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 경험조차 없는 소상공인을 위한 초·중·고급 과정의 이론과 실습 교육(온라인 역량 강화)을 비롯해 △온라인시장 진출 기반 조성(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 ‘가치삽시다’ 플랫폼 운영, 디지털커머스 전문기관 운영) △온라인 채널 진출(인터넷쇼핑몰·라이브커머스 등)에 이르기까지 소상공인의 온라인 활용 역량을 고려한 차별화된 교육과 지원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외에도 △전담셀러 운영 △소상공인 상품개선 △종합 인프라 시설 구축 △크리에이터 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 △V커머스 등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경제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들이 중소기업 유통지원 전문 포털인 ‘아임스타즈’를 통해 여건에 맞는 교육과정을 신청하면 된다. 하반기부터는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회 제공을 위해 ‘구독경제 서비스’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소상공인디지털본부’라는 별도의 전담부서까지 신설했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역량 강화 및 디지털 전환 지원을 목표로 부서를 신설한 건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처음이다.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손에 잡히는 디지털 전환 로드맵과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게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의지다.

소상공인디지털본부는 단편적인 교육이나 지원·중개 수준에 머물지 않고, 기존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보유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고도화하고 있다. 소상공인디지털본부 측은 소상공인이 스마트 기술 활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확실히 인식하게 된다면 디지털 전환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현성 본부장은 “지금 소상공인들에겐 코로나 백신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제공(손실보상·지원금)해주는 것과 함께 물고기를 잡는 법(디지털 전환)도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 시사위크 DB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현성 본부장은 “지금 소상공인들에겐 코로나 백신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제공(손실보상·지원금)해주는 것과 함께 물고기를 잡는 법(디지털 전환)도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 시사위크 DB

◇ ‘소상공인 중심’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지원 필요

정부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방안(소상공인 성장·혁신방안 2.0)’도 내놨다. 강한 소상공인 육성과 온라인·스마트화 지원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이미 수년전부터 소상공업계의 디지털 전환 지원책을 펼쳐온 해외 사례들에 비춰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과 현장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단순한 자금 지원 수준에서 나아가, 소상공인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뿌리를 만들고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중심’의 ‘지속가능’한 지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키오스크나 최신형 디지털기기를 보급하는 것보다, 소상공인 스스로가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인식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자생력을 키운 소상공인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꾸준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현성 본부장은 “지금 소상공인들에겐 코로나 백신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제공(손실보상·지원금)해주는 것과 함께 물고기를 잡는 법(디지털 전환)도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경제를 무기로 활용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소상공인 중심의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사업이 돼야 한다”면서 “라이브커머스나 구독경제 등 새로운 디지털 경제 플랫폼에서 소상공인의 점유율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소상공인의 분절화된 협상력을 통합하고 높일 수 있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역시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가지고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 중소기업벤처기업연구원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전략’(2021.06.14.)

-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

-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 ‘소상공인 온라인판로 실태조사 보고서’(20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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