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서른을 갓 넘긴 기자와 친구들의 대화에서 가장 크게 공유되는 정서를 하나 꼽으라면 ‘불안감’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은 요원하고, 일을 해도 빚만 늘어나는 요지경 세상에 대한 푸념이 가득하다. 결혼 적령기라지만 나의 상황은 ‘적령기’가 아닌 듯하고, 내가 하는 일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끊이질 않는다. 

한참 푸념을 쏟아낸 뒤 화제의 전환은 주식‧코인과 같은 재테크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적어도 우리에겐 불안한 미래를 살아보려는 최소한의 발버둥이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주고받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결국 상황은 '오십보백보'다.

작금의 정치권을 뒤덮은 논란은 그 자체로 허탈함을 불러일으킨다. ‘국회의원’ 아버지의 추천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6년여를 근무한 뒤 50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한다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다. 물론 당사자는 이러한 퇴직금에 대해 ‘노력의 대가’라고 항변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의 회사를 구했고 자신의 열정을 다 바쳤다고 말한다. 

이 모든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운 건 우리의 ‘노력하지 않은’ 잘못인 듯하다. 그는 “화천대유에 올인하면 대박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이 회사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물론 그의 노력이 거짓은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말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생을 ‘올인’하면서도 성과는커녕 서러움만 삼키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문제의 본질은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 그들에겐 너무 ‘쉽다’는 것이다. 평생을 모아도 ‘억대 자산’을 만져보기 힘들다고 했는데 누군가에겐 그 일이 일어나는 게 한 순간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기자의 친구가 “세상 어느 회사 퇴직금이 50억이냐, 나도 그 회사 퇴직할래”라고 말한 것도, 또 다른 친구가 “나도 그의 아들이 되고 싶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진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러한 분노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결이 다르다고 하지만, 또 다른 국회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사건도 국민들이 느끼기엔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지키려는 법적‧도덕적 책임이 그에게는 너무 가벼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머릿속엔 결국 ‘특권’이라는 글자만 맴돈다. 

대학 시절 정치 철학 수업에서 교수는 정치를 ‘바퀴살’에 비유했다. 바퀴살이 중앙에 한 지점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 바퀴 전체를 지탱하듯 정치는 사회의 중심에서 사회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가 중심을 잘 잡아야 사회 전체가 잘 굴러간다는 의미도 내포됐다. 오래전 일인데도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을 걸 보면 그 때의 말이 참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지금의 정치는 제대로 된 바퀴살일까. 그들과 그들 가족의 인식을 바라보면서 의문만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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