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정면 충돌했다. 이 대표가 지난 달 30일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 소집하자 조 최고위원이 이를 ′신군부′에 빗대어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들이받을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바로 들이받고 기자들에게 언플을 해대는 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자괴감을 느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엔 답답함이 묻어났다. 그간 숱한 논란에 부딪히면서 ‘리더십 위기’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그가 이번엔 ‘곽상도 의원 제명’ 문제로 조수진 최고위원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평소보다 반 박자씩 빨라도 부족함이 있는 상황에서 전두환 신군부라는 소리 들어가며 굳이 당무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신의 문자 그대로 들고 국민과 당원들을 설득해 보시라”며 “남한테 훈계하듯 시키지 말고 직접 하시라. 저는 못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이 대표의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의 소집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곽 의원의 제명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국감 시작 직전 밤 9시에 최고위를 소집할 정도로 긴박한 사안이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가 이날 ‘당무를 할 필요가 없다’, ‘자괴감을 느낀다’ 등 한탄 섞인 말을 쏟아낸 것은 그간의 일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당수’로 이목이 집중됐지만, 추진하는 일마다 당내 반발에 부딪혀 왔다. ‘재난지원금 번복’ 논란을 시작으로 경선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유력 주자와의 갈등 등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녹취록’ 공방을 벌인 것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 생채기를 냈다.

◇ 이준석 ‘리더십’ 시험대?

기존의 여의도 정치와는 다른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비판은 더 잦았다. 약한 당내 지지 기반과 ‘중도 보수’에 가까운 정치 노선도 사실상 ‘전통 지지층’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이러한 토양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3일 관훈토론회에서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지적을 받으니 많이 위축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의 기반이 없다 보니 권위가 서기 힘든 상황”이라며 “뿐만 아니라 노선이 국민의힘보다 중도 지향적이라는 점은 강경보수 입장에선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툭하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이번 갈등도 이같은 ‘역학 관계’를 떼어 놓을 수 없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최고위원은 지도부이긴 하지만 당 대표와 같이 뽑는 게 아니다. 대표 따로, 최고위원 따로”라며 “현실적으로 최고위원의 지위나 권한이 강하다고 할 수 없는데, 그런 데서 오는 불일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막혀서 뭘 못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번 사안은 그간의 ′갈등′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민적 차원의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선 제명을 해야한다는 입장과, 이 자체가 여권의 ‘프레임’에 걸려드는 것이란 우려가 상충한다. 어느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도 검증대에 선 셈이다. 

박 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대표로서는) 후속 조치를 세워 논란을 가열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최고위원의 반발을) 한두 번 정도는 ‘반대 입장’ 정도로 볼 수 있지만, 계속 가지고 갈 경우 ‘이준석 흔들기’가 돼버려서 당무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대선 주자들은 이 대표에게 힘을 싣고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명분도 없는 일로 당 대표를 흔드는 행위는 흔들기를 위한 흔들기”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이 대표의 결정에 이견이 있으면 최고위에 참석해 대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너무나 자명한 문제를 두고 조 최고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도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조 위원이) 과했다. 부적절했다”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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