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그룹이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알펜시아 전경. /알펜시아리조트
KH그룹이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알펜시아 전경. /알펜시아리조트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KH그룹(옛 필룩스그룹)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품에 안으려다가 각종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KH그룹은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으로 수개월째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서도 관련 의혹에 조사에 나서면서 사태는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일부 강원도의회 의원과 시민단체들도 강도 높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 가열되고 있다. KH그룹 오너인 배상윤 회장도 이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잔금 납부만 남았는데… 알펜이사 인수 잡음 속출

강원도 산하 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는 KH강원개발과 지난 8월 20일 알펜시아리조트를 7,115억원에 파는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했다. KH강원개발은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SPC)다. KH강원개발은 공개 매각 절차에 참여해 지난 6월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KH강원개발은 현재 700억원의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계약금을 납부한 상태다. KH강원개발은 내년 2월 잔금을 완납하면 알펜시아리조트에 대한 소유권을 최종적으로 이전받게 된다. 매입 대상은 알펜시아 고급 빌라와 회원제 골프장(27홀)으로 이뤄진 A지구, 호텔·콘도·워터파크·스키장이 자리한 B지구, 스키 점프대와 바이애슬론 경기장 및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을 제외한 C지구다. 

그런데 최종 인수까지 가는 길에 변수가 등장했다. 입찰 과정의 적격성을 놓고 석연치 않은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알펜시아 매각 입찰엔 단 2곳의 업체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그 중 한 곳은 최종낙찰자가 된 KH강원개발이다. 문제는 나머지 한 곳이 KH그룹의 관계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지난 7월 KBS는 강원도 내 한 관계자의 인터뷰를 토대로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KH그룹이 유찰방지를 위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들러리로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아울러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 측이 이런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국민의힘 강원도당과 지역 시민단체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가 이 같은 의혹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강원도개발공사 측은 매각 절차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은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입찰에 참여한 업체 한 곳이 KH 관련사가 맞다는 증언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지난 7월 13일 심상화 국민의힘 도의원이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박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에게 “KH 관련사 두 곳이 입찰에 참여한 것이 맞냐”고 묻자, 박 실장은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입찰 과정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국가계약법상 공공기관 자산 계약은 2인 이상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야 유효 입찰이 성립된다. 알펜시아 매각은 온비드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2인이 같은 계열사면 안된다와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사전에 특정 업체를 몰아주기 위해 입찰가를 조율하는 등 담합 행위를 했다면 형사법상 입찰담합 및 입찰방해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계열사 들러리 세워놓고 짬짜미?… 공정위, 입찰 담합 의혹 조사 착수  

최근 공정위와 강원경찰청은 이러한 알펜시아리조트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시민사회단체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관련 의혹에 대해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경찰과 함께 현장조사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공정위와 경찰은 입찰 과정에서 KH강원개발이 입찰 참여자와 강원도 측과 사전에 입찰 가격과 방식 등을 협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인수 계약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근 공정위와 강원경찰청은 알펜시아리조트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 뉴시스
최근 공정위와 강원경찰청은 알펜시아리조트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 뉴시스

알펜시아리조트는 지난 2009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491만㎡ 부지에 강원도개발공사가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종합리조트다. 강원도가 막강한 혈세를 투입해 조성했지만 이후 분양 실패 등으로 한때 부채가 1조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2011년 경영개선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강원도개발공사는 여러 차례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알펜시아의 최초 감정가는 1조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입찰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매각 가격이 내려갔다. 결국 7,100억원으로 낙찰가가 정해졌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지난 7월 논평을 통해 “강원도가 8,000억원대 이하 헐값매각은 절대 없다고 공언했으나 갑자기 7,100억원에 매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KH그룹 측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의회 일부 의원들은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알펜시아 매각 적법성 의혹에 대한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심상화 도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선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특위 구성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도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이어지면서 KH그룹 측도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KH그룹 측은 입찰 참여 기업 중 한 곳이 관계사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설령 관계사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절차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KH그룹 관계자는 “입찰 참여 기업 1곳이 관계사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관계사라고 하더라도 각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사전 답합 의혹에 대해선 “공정위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이 정치 쟁점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배상윤 회장이 이끌고 있는 KH그룹은 KH필룩스를 필두로 KH일렉트론, KH E&T닥, 장원테크, 아이에이치큐 등의 다수의 상장기업을 거느린 곳이다. KH그룹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으로 기업집단의 외형을 확장해왔다. 이번에 알펜시아리조트를 인수하며 더 큰 사업 확장의 청사진을 밝혔지만, 최종 인수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아울러 배상윤 회장은 이번 논란으로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미스런 과거 이슈도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김진태(춘천갑당협위원장) 전 국회의원은 지난달 27일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펜시아 사전 답합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배 회장의 사업 확장 방식과 과거 전력문제를 언급했다. 특히 배상윤 회장이 2018년엔 쌍방울 주가 조작사건으로 35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아 집행유예기간이라는 점을 상시시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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