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전약품 오너일가가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국전약품 오너일가가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원료의약품 전문제조사 국전약품이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 주가가 들썩인 가운데, 때맞춰 주식을 대거 처분한 오너일가의 행보가 빈축을 사고 있다. 주식 처분이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 ‘한몫 잡기’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정점에 팔아치운 ‘기막힌 타이밍’

국전약품은 지난달 주가가 크게 들썩였다. 9월 초만 해도 1만원 아래에 머물던 주가가 9월 6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2,000원까지 치솟았고, 9월 하순 들어서도 가파른 상승세가 거듭되더니 9월 29일 장중 한때 2만4,900원까지 올랐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보다 눈길을 잡아 끈 건 때맞춰 나타난 국전약품 오너일가의 행보다. 홍종호 국전약품 대표의 동생이자 국전약품 경영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홍종훈 이사(경영전략본부장)와 홍종학 이사(소재사업본부장)는 9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나란히 보유 중이던 국전약품 주식을 장내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홍종훈 이사는 3차례에 걸쳐 총 39만3,878주를 1만8,415원~2만889원에 처분했다. 이를 통해 거머쥔 현금은 79억원이다. 홍종학 이사 역시 38만4,632주를 1만9,382원~2만895원에 처분해 77억원을 현금화했다.

두 사람 뿐 아니다. 홍종호 대표와 홍종훈·홍종학 이사의 모친도 9월 30일 30만주를 2만584원에 처분해 61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즉, 주가가 정점을 찍은 날, 오너일가가 100만주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워 218억원을 현금화한 것이다.

국전약품의 주가가 치솟은 배경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바이오기업 샤페론은 지난 7월,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가 유럽 임상 2상에서 증상 개선 효과 및 안정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국전약품은 샤페론에 코로나18 치료제 후보물질 원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샤페론 지분도 일부 보유 중이다.

하지만 오너일가가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국전약품 주가는 이내 곤두박질쳤다. 8일에는 장중 한때 1만1,650원까지 내려가더니 1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종가 대비 15.79% 하락한 수치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전약품 오너일가의 주식 처분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주주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오너일가의 책임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오너일가의 주식 처분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간 만큼, 내부거래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 또한 일각에서 제기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주가가 급등한 틈을 활용해 주식을 처분, 쏠쏠한 사익을 누리는 오너일가가 꾸준히 나타나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해당 기업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국전약품은 1972년 설립된 대신약업사를 전신으로 1995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대신밸런스제6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상장한지 1년여 만에 오너일가의 대규모 주식 처분이 이뤄진 만큼 ‘한탕주의’라는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