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버텍스코리아에서 열린 '꿈과 혁신 4.0 밀톡, 예비역 병장들이 말하고 윤석열이 듣는다'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버텍스코리아에서 열린 '꿈과 혁신 4.0 밀톡, 예비역 병장들이 말하고 윤석열이 듣는다'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병영문화 개선과 군인 처우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예비역 병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다 보니 채용 가산점(군 가산점 제도)이 없어지고, 이래서 군을 지원하거나 복무하는 과정에서 사기가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여성학자 출신이며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날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군 가산점제의 역사도 알지 못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군 사기 저하의 원인이라는,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또 하나의 윤석열표 망언”이라고 일갈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전근대적 수준의 발언”이라며 “도대체 윤석열 후보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윤 후보가 대학을 졸업한 83년은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경제의 호황기였다”면서 “그런데 지금 청년취업률이 낮은 문제를 남성청년과 여성청년과의 경쟁심화로 왜곡하며 발언하는 것은 대선후보가 앞장서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의 발언대로, 여성의 사회 진출과 군 가산점 제도 폐지는 상관 관계가 있을까.

군 가산점 제도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6급 이하 공무원 및 기능직 공무원, 취업보호실시기관에 제대군인이 응시할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2년 이상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전역한 제대군인에 대해서 5%, 2년 미만의 경우 3%를 가산한다. 

헌법재판소의 군 가산점 제도 재판은 여성 5명과 장애남성 2명이 1998년 헌법 소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헌재는 1999년 12월 23일 제대 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 헌재, 여성·장애인의 평등권·공무담임권 침해 인정

위헌확인(98헌마363) 판결문을 살펴보면 당시 재판부가 위헌 판결을 내린 기준은 △헌법에 근거가 있는가 △가산점 제도로 인한 차별 대상 △가산점제도의 평등위반여부 심사에 적용되는 척도 △가산점 제도로 인한 여성, 장애인 등의 평등권 침해 여부 △가산점 제도로 인한 여성, 장애인 등의 공무담임권 침해 여부 등이다. 

헌재는 군 가산점 제도가 ‘헌법에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 ‘없다’고 해석했다. 헌법 제39조2항의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주 쟁점이었는데, 헌재는 이 조항이 군 가산점 제도의 헌법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군 복무를 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지,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리고 헌법 제39조2항은 병역의무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적극적 보상을 취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또한 헌재는 군 가산점 제도가 헌법 제11조(평등권)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제대군인과 비(非)제대군인을 차별한다는 의미다. 여성의 경우 전체 여성 중 일부만이 제대군인에 해당되므로 성별에 의한 차별이라고 봤으며, 질병·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남성과 보충역 복무를 하는 남성에게도 차별이라고 설명했다.

즉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현역 복무 여부는 병역의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징병검사의 판정결과, 학력, 병력수급의 사정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므로 가산점제도는 여성 뿐 아니라 병역면제자와 보충역복무를 하게 되는 자도 차별하는 제도인 셈이다. 

그리고 헌법 제25조는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헌재는 군 가산점 제도가 이를 침해한다고 봤다. 공무담임권은 쉽게 말하면 공직을 맡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헌재는 직업공무원의 군 복무 여부는 직무수행능력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능력주의에 기초하지 않는 가산점제도는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결국 헌재는 군 가산점 제도가 △헌법에 근거가 없음 △헌법 제11조(평등권) 위배 △헌법 제25조(국민의 공무담임권)를 위배하고 있어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군 가산점 제도로 인해 차별을 받는 이들이 ‘여성’과 ‘장애인 등 군 복무가 어려운 남성’이기에 여성이 군 가산점제 폐지의 수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헌재 판결 어디에서도 ‘여성의 사회진출’과 군 가산점 제도의 위헌을 연관 짓는 문구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여성이 취업전선에 나서면서 공직입문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여성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해 군 가산점 제도가 없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에서 차별의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등 군 복무가 어려운 남성’이었던 점, 그리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여성과 남성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 전 총장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할 수 있다. 
 

※대체로 사실 아님

국가법령정보센터, 헌재결정례정보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 제8조 제1항 등 위헌확인(98헌마363)>

https://law.go.kr/헌재결정례/(98헌마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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