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목’이라는 말이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권에 자리를 잡아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터넷(온라인)을 통한 클릭 한 번이면 필요한 모든 것이 문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이 말은 구문이 된 지 오래다. 가만히 앉아서‘오는 손님’만 기다리는 영업방식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얘기다. ‘디지털 경제’라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총 5회에 걸쳐 △소상공인 인식 전환 △플랫폼 구축 △물류환경 조성 △온·오프라인 연계 △제품 콘텐츠화 등 소상공인 디지털 생태계 혁신을 위한 밸류체인 5대 핵심요소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한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새로운 이커머스(e커머스) 흐름과 트렌드 변화 속에 소상공인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소상공인 연계 플랫폼의 확산’이 제시되고 있다.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지자체와 민간 플랫폼이 연계해 상품의 판매 및 기획 등의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 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이커머스(e커머스) 흐름과 트렌드 변화 속에 소상공인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소상공인 연계 플랫폼의 확산’이 제시되고 있다.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지자체와 민간 플랫폼이 연계해 상품의 판매 및 기획 등의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총 165억원.’ 최근 서울시가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진행한 소상공인 대상 특별할인전 ‘슈퍼서울위크’와, 소상공인 전용관 ‘쏠쏠마켓’ 운영을 통해 얻어낸 실적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월, 소상공인 판로지원을 위해 롯데온·지마켓·쿠팡 등 국내 5개 온라인쇼핑몰과 손을 잡고 기획전을 실시했다. 소상공인 제품 5,000여종이 이들 쇼핑몰을 통해 판매됐고, 서울시와 온라인쇼핑몰 측의 대대적인 홍보 및 할인이벤트 등에 힘입어 행사는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이는 ‘소상공인 연계 플랫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소상공인이 온라인 무대에서 사업을 펼치기에 앞서, 주요 판매처이자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활약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 확보의 중요함을 나타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 소상공인 전용 플랫폼 ‘가치삽시다’ 주목 필요

서울시는 6월, 5개 온라인쇼핑몰(롯데온·지마켓·옥션·쿠팡·티몬)을 통해 소상공인 제품 온라인 특별할인전 ‘슈퍼서울위크’를 진행한 바 있다. 소상공인 판로지원을 위한 취지로, 약 3주간 진행된 행사의 실적은 128억원을 기록했다. / 슈퍼서울위크 행사
서울시는 6월, 5개 온라인쇼핑몰(롯데온·지마켓·옥션·쿠팡·티몬)을 통해 소상공인 제품 온라인 특별할인전 ‘슈퍼서울위크’를 진행한 바 있다. 소상공인 판로지원을 위한 취지로, 약 3주간 진행된 행사의 실적은 128억원을 기록했다. / 슈퍼서울위크 행사

새로운 이커머스(e커머스) 흐름과 트렌드 변화 속에 소상공인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소상공인 연계 플랫폼의 확산’이 제시되고 있다.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지자체와 민간 플랫폼이 연계해 상품의 판매 및 기획 등의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들이 온라인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디지털 플랫폼과 온라인시장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충분한 사전경험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격차가 존재하고,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플랫폼에 진출할 경우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에 연착하기 위한 예행연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중소기업유통센터의 공영 플랫폼(‘가치삽시다’) 개편 선언은 상당히 주목할 만한 변화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 중인 ‘가치삽시다’는 2019년 12월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동행세일’ 등 대규모 판로지원 행사와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는 공영 플랫폼이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소상공인의 온라인 시장 진출에 대한 경험 축적 및 제품 노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민간 민간플랫폼에 입점하기 어려운 소외된 기업이나 여성·사회적 기업, 디지털전환이 부족한 전통시장 등의 입점을 적극 지원하며 이들의 디지털전환을 도와왔다.

최근엔 단순 커머스 판매기능에서 벗어나 소상공인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소상공인 통합포털’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2022년 4월 구축을 목표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민간 플랫폼처럼 단순하게 이익이 많은 상품이 중심이 되는 온라인몰이 아닌 온·오프라인 교육 및 콘텐츠 제작 등을 아우르는 공적채널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된 플랫폼 개편·구축에 방점을 뒀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가치삽시다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선언한 것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의 첫걸음이 ‘디지털 플랫폼 입점’이고 △이를 위한 충분한 경험과 교육들이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현성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은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의 첫걸음은 디지털 플랫품 입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가치삽시다’를 통해 제품을 얼마나 팔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소상공인에게 디지털 경험을 시켰느냐가 사실상 중요하다. 가치삽시다에서의 경험들이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 중인 ‘가치삽시다’는 2019년 12월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동행세일’ 등 대규모 판로지원 행사와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는 공영 플랫폼이다. 최근엔 단순 커머스 판매기능에서 벗어나 소상공인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소상공인 통합포털’로 거듭나기 위해 2022년 4월 구축을 목표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 가치삽시다 홈페이지 갈무리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 중인 ‘가치삽시다’는 2019년 12월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동행세일’ 등 대규모 판로지원 행사와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는 공영 플랫폼이다. 최근엔 단순 커머스 판매기능에서 벗어나 소상공인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소상공인 통합포털’로 거듭나기 위해 2022년 4월 구축을 목표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 가치삽시다 홈페이지 갈무리

◇ 가치삽시다,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돕는 ‘내비게이터’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이를 위해 일단 교육사업의 방향성을 재정립했다. 현재 진행중인 교육은 다소 분절화된 부분이 많아 이를 트렌드에 맞는 커리큘럼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짧고 재미있는 숏폼 콘텐츠로 구성된 마이크로 러닝 위주의 교육 플랫폼을 가치삽시다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소상공인 중심’으로 모든 전략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쉽게 말해 ‘소상공인이 직접 자신의 핸드폰으로, 자신의 가게에서 라이브커머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게 할 수 있는 커머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유통센터은 스튜디오 예약부터 인플루언서 연결(인플루언서 연계형 커머스), 라이브커머스 제작 경험까지 가치삽시다 플랫폼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가치삽시다와 민간 플랫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도 혁신방안 중 하나다. 실제 네이버에 오픈한 ‘가치삽시다 상품관’은 가치삽시다 플랫폼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김현성 본부장은 “가치삽시다가 중심이 되는 연계형 커머스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가치삽시다의 프랜차이즈화’인 셈인데, 가치삽시다를 본점으로 보고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네이버나 위메프·쿠팡 등과 연계해 프랜차이즈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협력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 디지털 마켓의 ‘거점’으로서 가치삽시다의 중심성을 확립하고,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 ‘내비게이터’로서 가치삽시다의 위상을 확립을 하겠는 게 중소기업유통센터 측의 각오다.

김현성 본부장은 “단순 온라인몰 개념에서 나아가, 온·오프라인 콘텐츠 제작까지 아우르며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 ‘내비게이터’로서의 위상을 확립한다는 것이 목표”라면서 “단순히 개별적인 지원이 아니라, 중소기업유통센터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연계되는 사업들을 엮어 밸류체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소상공인이 디지털 경제 안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웹 세미나(웨비나)를 열고 ‘가치삽시다’ 플랫폼의 역할과 혁신방향을 모색했다. 사진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포럼’인 ‘웨비나’ 진행 모습 /  중소기업유통센터
중소기업유통센터는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웹 세미나(웨비나)를 열고 ‘가치삽시다’ 플랫폼의 역할과 혁신방향을 모색했다. 사진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포럼’인 ‘웨비나’ 진행 모습 / 중소기업유통센터 

◇ 공정한 플랫폼 경쟁 위한 환경 확보 중요

전문가들은 소상공인들이 효과를 체감해야 디지털 전환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지원 정책 역시 소상공인과 밀접한 거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별 소상공인 차원의 디지털화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단순한 지원 체계가 아닌 대형 플랫폼과 견줄 수 있는 소상공인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소상공인들이 온라인과 디지털을 무대로 보다 공정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기관과 연계해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제 진입을 돕는 민간 플랫폼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탈취’ ‘갑질’ 등 불공정의 그늘이 존재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보고 문제개선 방향과 혁신 창출을 위한 정책방향 도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내 ‘소상공인 상생지수’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노력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동반성장지수’처럼 이커머스 플랫폼 내에 소상공인 상생지수를 개발, 정기적으로 발표해 상생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안은희 가톨릭대학교 인공지능학과 겸임교수는 “디지털 경제 내 상권 분석을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민영의 여러가지 플랫폼 중에 소상공인의 입점률 실태를 정확히 밝히는 곳은 없다. 대형 플랫폼사에서 소상공인들의 영향력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도록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플랫폼 사업’과 ‘제조업’간 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원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직매입 제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플랫폼은 과연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제조업을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제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최연소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지명된 리나 칸(Lina M. Khan·32)은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 저술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을 통해 플랫폼 기업 아마존이 유통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제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사적 비즈니스에서도 공공 유틸리티 규제 요소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은 온라인플랫폼 분야의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을 완료했다.

정진수(사진)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는 “2022년 4월 신규 플랫폼으로의 개편·구축을 앞두고 있는 가치삽시다 플랫폼이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의 막연함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포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 중소기업유통센터
정진수(사진)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는 “2022년 4월 신규 플랫폼으로의 개편·구축을 앞두고 있는 가치삽시다 플랫폼이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의 막연함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포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 중소기업유통센터

◇ 정진수 대표 “가치삽시다, 개편·구축 통해 소상공인 위한 종합포털 되길” 

현재 문재인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는 등 ‘플랫폼 독점’의 폐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법률안에 미국 플랫폼 반독점 법안의 필수 조항인 ‘이해 상충 금지’같은 내용은 빠졌다. 양용현 KDI 시장정책연구부장(경제학)은 “정부와 법조계, 학계가 플랫폼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포착해낼 수 있도록 문제의식을 가지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전략과 관련한 전문가 좌담회에 참여한 위평량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장은 “정부는 5개년 계획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온라인 판매 활성화와 각종 배달앱의 공적기능 강화를 위한 ‘공공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부 지원,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통제 등 현장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문제, 개별 경제주체의 데이터 주권 상실 우려 등에 대한 해법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역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전략’ 보고서를 통해 △급속한 디지털 전환 영업환경 변화로 발생될 수 있는 소상공인 불공정 문제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 △소진기금 내 막대한 지출이 예상되는 디지털·스마트화 지원에 필요한 재원의 마련 △지자체의 참여유도 및 역할 부여 등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정책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는 “가치삽시다 플랫폼은 2019년 12월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2년 4월 신규 플랫폼으로의 개편·구축을 앞두고 있다”며 “신규플랫폼으로의 개편·구축을 통해 가치삽시다 플랫폼이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의 막연함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포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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