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동시에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IT업계에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IT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적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에 큰 경제적 타격을 가져왔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고 있는 산업 분야도 있다. 바로 정보통신기술(IT) 산업계다.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 증가로 IT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IT강국 중 하나로 위상이 높은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글, 아마존, 애플 등 해외 IT기업들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IT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코로나19로 인해 마련됐다는 것이다.

◇ 모두가 ‘백지 상태’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IT업계엔 기회

지금이 우리나라 IT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적기로 불리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정말 ‘오랜만에’ 겪고 있는 팬데믹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우리나라보다 과학기술 분야가 발달했다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도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 그야말로 ‘백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이지만 동시에 다른 관점에서는 전 세계 IT업계가 기존 대기업들의 선점 효과가 적은, 모두가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점인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를 장악하다시피한 미국의 IT플랫폼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제치고 비대면 화상 회의 플랫폼 시장의 선두를 달리는 것은 ‘줌(ZOOM)’이다. 

지난 2011년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줌은 몇몇 회사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들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로 줌 커뮤니케이션이 지난해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줌의 상반기 매출은 전녀 동기 대비 355% 증가한 6억6,350만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줌의 사례처럼 국내 IT기업들 역시 코로나19로 시작된 IT업계의 블루오션을 노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IT업계의 예측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5G통신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그 경쟁력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연구원(KIET)도 ‘포스트 코로나, IT산업의 성장여건 변화 전망과 시사점(2020)’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IT 및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IT제조 경쟁력도 글로벌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가전 등 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산업기반과 글로벌 선도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주요국과 차별되는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나라보다 과학기술 분야가 발달했다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도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 그야말로 ‘백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전 세계 IT기업들 모두가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신남방 지역 경쟁력 확보 및 글로벌 성장품목 발굴도 필요”

다만 코로나19로 시작된 IT업계의 블루오션에 우리나라 기업들만 참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구글 등 글로벌 IT플랫폼의 영향력이 오히려 강해지면서 우리나라 IT기업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때문에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IT업계의 해외 진출 전략 마련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IT업계 전문가들은 신남방 중심의 해외시장 진출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지난해 4월 발표한 ‘2018-2019 ICT 수출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ICT 수출 총액 중 20.1%에 달하는 442억7,700만달러(한화 52조8,667억원)의 수출액은 동남아 지역 등 신남방 11개국에서 발생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글로벌 ICT산업본부 전략팀 조명수 수석연구원은 ‘국내 ICT 해외진출 다변화 추진방안 (2020.12)’ 보고서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남방 지역은 기존 생산 및 원자재 공급지에서 신흥 소비시장으로 변화하는 등 수출시장 다변화 핵심지역으로 부상 중”이라며 “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진출 활동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로운 글로벌 성장동력 품목 발굴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ICT품목 수출은 비대면 수요에 맞춰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반도체·스마트폰 등 한정된 품목에 편중된 고질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조명수 수석연구원은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환경 대응, 보건위기로 인한 기업의 해외진출 애로 해결을 위해서 새로운 글로벌 유망 품목을 발굴하고, 수출국가 다변화 필요하다”며 “기업범용 솔루션, 디지털 헬스 솔루션, 스마트 시티 등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발굴하고 수출 지원 확대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IT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성장동력 품목 발굴과 함께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신남방 지역 시장의 주도권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갤럭시S21 대중들에게 공개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 韓 IT기업 중 ‘스타트업’ 활약 기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 성과도 눈길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IT기업들 중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다수의 국내 ‘IT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 확보와 수익창출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IT스타트업 부문은 인공지능(AI) 분야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음성인식·자율주행 등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많아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도 8일 ‘ICT Brief’ 보고서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 및 창의적 아이디어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다수의 국내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회확보와 수익창출을 위해 해외 시장 노크 중”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우수 AI 스타트업들은 중국·유럽 등에서 현지 서비스 출시, 법인 설립, 계약 체결 등을 기반으로 외연 확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AI기반 음성기술 스타트업 리턴제로에서 국내최초로 출시한 시각 통화 앱 ‘비토(VITO)’다. 비토는 AI가 음성 통화내역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앱으로 일반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 이용자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리턴제로는 비토의 지난 8월 중국어 버전 ‘수지바오’를 출시했다. 

아울러 국내 대형 IT플랫폼들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직까지 구글, 페이스북 등이 완전히 시장을 장악하진 않았다고 평가되는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국내에서 탄탄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우아한형제들·카카오웹툰·쿠팡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며 가시적 성과 창출하고 있다”며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플랫폼 ‘카카오웹툰’,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앱 ‘배달의민족’,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 등이 대표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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