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공식 취임한 가운데 금융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14일 현재, 20대 대선까지 146일 남았다. 임기가 7개월 남짓 남은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당적을 버렸다. ‘정치적 중립’, ‘측근 비리’ 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여당 대선 후보가 지지율이 하락한 ‘임기 말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여당 대선 경선이 끝나자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원’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 후보 역시 문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 대통령의 ‘탈당 잔혹사’

6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대선 직전 탈당을 하지 않은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14대 대선을 74일 앞두고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을 탈당했다. 당시 민자당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YS)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몰아냈던 YS도 탈당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1997년 차남 김현철씨가 ‘한보 게이트’에 연루됐고,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YS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결국 그 해 10월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후보가 탈당을 요구했고, YS는 대선 41일 전 떠밀리듯 탈당했다.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김대중 전 대통령(DJ) 역시 세 아들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탈당을 선택했다. DJ는 2002년 5월 6일 “선거중립을 지키고 국정에만 전념하기로 했다”며 새천년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DJ의 경우 여당 내 유력 주자와의 갈등은 없었지만, 권력형 비리 게이트 등으로 지지율이 흔들리자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을 294일 앞둔 2007년 2월 22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떨어지는 지지율, 그리고 강해지는 정권교체 여론 때문이었다. 그는 닷새 뒤 인터넷매체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당적 정리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무현 때문에 표 다 떨어졌다고 하는데, 지금 나간다고 떨어진 표가 다시 돌아오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말 새누리당 내에서 탈당 요구가 일었지만, 거부하고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다만 임기 이후 2017년 탈당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2017년 3월 파면됐으며, 탄핵 인용 9개월 뒤 자유한국당에서 강제 출당 및 제명 조치됐다. 

◇ 너무 밝은 ‘지는 해’의 지지율

역대 대통령들의 탈당 배경에는 임기 말 대통령이 ‘지는 해’라는 점에 있다. ‘떠오르는 해’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지는 해’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처럼, ‘지는 권력’인 임기 말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직선제로 뽑힌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임기 마지막해인 5년차 때 거의 예외 없이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다. 각 정당들은 지지율이 떨어진 대통령을 두고 대선을 치르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가 20%p를 넘으면 ‘레임덕’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14일 발표된 YTN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평가가 40%, 부정평가가 56.8%로 긍·부정 간 격차가 16.8%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한 임기 말 권력형 비리가 불거져 나오지 않는 것도 문 대통령이 당적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권력형 비리나 국정농단이 없는 것이 대통령 지지율을 받쳐주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러다보니 여당에서도 대통령 탈당 요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야권에서 정부·여당을 비판하기 위해 제기됐지만, 주류 여론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비문’(혹은 비주류)이라고 평가받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 역시 문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당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준수한 지지율의 ‘현재 권력’과 손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지율 40%인 문재인 대통령과 척져서는 (여당에서)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발언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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