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일가 간 분쟁이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일가 간 분쟁이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 간 분쟁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절차가 정신감정 병원 선정이란 뜻밖의 변수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당초 연내 마무리 될 전망이었던 성년후견 심판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여러모로 갈 길 바쁜 한국타이어그룹이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히는 시간도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 병원 선정 난항에 조양래 회장 정신감정 ‘답보’

업계에 따르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가정법원 가사50단독(이광우 부장판사)은 최근 심문기일을 통해 소송 관계자들로부터 정신감정 진행 방식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법원은 당초 지난 5월 조양래 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을 진행할 병원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를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청구인 측이 병원 변경을 요구한데 이어,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무산됐다. 이후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아주대병원을 새롭게 선정했으나 이 또한 해당 병원들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 

조양래 회장의 판단력 등 정신적 건강을 판단할 기준이 될 정신감정은 성년후견 심판 절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신감정이 병원 선정이란 암초에 부딪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었던 성년후견 심판 절차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이미 적잖은 시간 동안 한국타이어그룹의 발목을 잡아온 오너리스크가 더욱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한국타이어그룹이 오너리스크로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2019년 11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구속되면서다. 이후 보석으로 출소한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4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함께 불구속 기소됐던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역시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그룹을 기다린 건 더 큰 혼란이었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6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을 돌연 내려놓더니 얼마 뒤 부친 조양래 회장이 보유 중이던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그룹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그러자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던 조양래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고, 조현식 부회장이 가세하면서 오너일가 간 분쟁이 본격화됐다.

즉,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리스크는 이미 만 2년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성년후견 심판이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당분간 오너리스크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모습이다.

문제는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힌 한국타이어그룹 앞에 당면과제가 산적해있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최근 수년간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자동차업계의 반도체 대란·국내 선복부족 사태 등 외부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및 자동차산업 전반의 변화에 발맞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된다. 

특히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오너일가 간 분쟁은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만약 조현범 사장에게 반발하는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추가적인 대규모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조현범 사장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너리스크란 수렁에 빠진 한국타이어그룹이 언제쯤 제 궤도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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