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임기 중 마지막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 국회법 개정으로 처음 시작된 시정연설은 주로 대통령 임기 첫 해에 이듬해 예산안 속에 담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로 활용됐다. 그러나 청와대에 따르면, 6공화국 대통령 중 임기 5년 연속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시정연설에 예산안 관련 설명 뿐 아니라 임기 내 소회·성과 및 향후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과제도 제시했다. 특히 임기 중 가장 많이 비판받았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최고의 민생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위기’(33회), ‘경제’(32회), ‘회복’(27회)

문 대통령의 2022년도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은 36분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위기’(33회), ‘경제’(32회), ‘회복’(27회) 등 세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러면서 취임 직후 북한과의 긴장국면,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 등을 언급하며 “임기 내내 국가적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성과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현 정부를 “위기극복 정부”로 규정했다. 이어 북한과의 긴장 국면을 계기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일본의 수출규제는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이루는 계기가 됐으며, 코로나19 때문에 K-방역을 알리게 됐다고 언급했다. 

또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로 인해 크게 걱정했던 것이 경제였다”며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쏟았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도 예산안은 확장재정 기조로 604조4,000억원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말년이 없는 정부’라는 청와대의 표현처럼, 임기 마지막까지 경제상황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한 문 대통령은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힌 것을 언급하며 ‘재정건전성’ 우려도 불식시키려 했다. 아울러 선진국이라는 역할 측면에서 탄소중립이 중요한 과제이며,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산업지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세계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뼈아픈 부분인 ‘부동산’ 등 미완의 과제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이나 검찰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철저히 ‘위기극복’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 시정연설 모두 마친 첫 대통령

문 대통령의 내년도 시정연설은 이번으로 다섯 번째다. 문 대통령은 예산안 시정연설 외에 추경안 시정연설과 21대 국회 개원연설을 더하면 총 7차례 국회를 찾았다. 앞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한 번도 국회에서 연설을 하지 않았고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두 번 시정연설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4차례 시정연설을 했다. 다만 탄핵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4차례 시정연설을 모두 했으나, 마지막 시정연설 직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정연설에서 개헌 카드를 꺼내든 바 있어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자주 국회를 찾은 이유는 국회 예우와 소통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과 각당 지도부와의 사전환담에서 “저 나름대로는 국회와 열심히 하고 싶었다”며 “국회도 그동안 예산안을 잘 처리해 주시고, 6번의 추경예산도 늦지 않게 통과시켜 주셔서 정부가 위기국면을 잘 대처할 수 있게끔 뒷받침을 잘해 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연설 동안 총 17차례 박수를 쳤다. 또한 연설 후 퇴장하면서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과 주먹인사, 목례 등을 나눴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환호와 파이팅 같은 구호가 터져나왔다. 

반면 야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성남 대장동 특혜 비리 특검 수용하라’ 등 항의성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이 환담장으로 향하는 길에 도열했다. 본회의장 연설에서도 항의성 피켓을 들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항의성 피켓에도 동요하지 않고 일부 야당 의원에는 주먹인사를 건네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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