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지난번 편지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어‘1일 1실언’또는 ‘1일 1망언’놀림을 당할 정도로 상식에 어긋나는 말들을 자주 쏟아내고 있는 전임 검찰총장 이야기를 했었지. 이분이 이번에는 매우 심각한 몰역사적 망언을 했네.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 이게 어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할 말인가? 전두환이 대통령 할 때 정치가 있었는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인권을 무시한 강압적인 통치만 있었을 뿐일세. 전두환과 그의 부하들은 기존의 썩은 정치판을 갈아엎는다고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챙겼지. 게다가 윤석열 전 총장 말대로 전두환이 정치를 잘 했다면 그때 목숨을 걸고 독재에 항거했던,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투옥되거나 죽었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은 무엇이 되는 건가?

‘전두환 미화’망언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네. 하지만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이번에는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윤석열과 관련이 있는 사람 누군가가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앞에 사과를 들이미는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거야. 이게 무슨 짓인가? 사과는 개나 먹으라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이 분이 정말 대통령이 되고 싶기나 한 건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네. 같은 당의 이준석 대표마저 “상식을 초월한다”며 “착잡하다”고 말할 정도니 참.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사과 방식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도 인정하는 것 같네. 한국사회언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2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절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62.8%로 ‘적절하다’고 응답한 사람 22.7%보다 거의 세 배 정도 많았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만 적절하다는 응답이 42.4%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응답 36.6%보다 높았네.

윤석열 전 총장은 전두환이 군대에서 조직 관리를 해봐서 각 분야 적재적소에 전문가를 앉혀놓고 정치를 했기 때문에 잘한 것이라고 말했네. 시스템이 알아서 하는 거지 대통령이 세부업무를 알 필요도 없고 할 시간도 없다는 말도 했어. 정말 그의 말대로 대통령은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고 어젠다만 챙겨도 될까?

지난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이 16.7%로 전체 37개 회원국들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 가운데 중위 소득의 50%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의 비율일세. OECD 전체 회원국 평균은 11.1%였고, 우리보다 더 높은 나라는 20.5%인 코스타리카, 17.8%인 미국, 16.9%인 이스라엘뿐이었네. 상대적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부의 불평등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는 뜻이야.

빈부격차 해소는 다음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 중 하나가 될 걸세. 하지만 ‘없는 사람들은 부정식품이라도 먹고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천박한 사회복지 의식과 ‘손발로 하는 일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거나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노동관을 갖고 있는 차기 대통령이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일할 전문가를 뽑는다면, 그 전문가는 과연 어떤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까? 신자유주의 이념을 가진 보수적인 전문가에게 경제와 복지 관련 일을 맡기고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만 하면 대한민국의 심각한 불평등이 완화되거나 해소될 수 있을까? 미국보다도 더 빈부격차가 심한 불평등한 나라가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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