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 09:00
현대중공업그룹 ‘황태자’ 정기선, 온실 밖으로 나올까
현대중공업그룹 ‘황태자’ 정기선, 온실 밖으로 나올까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1.10.27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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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이 최근 후계자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시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이 최근 후계자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황태자’ 정기선 사장이 대관식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지주사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찬 것이다. 이는 오너경영 체제로의 전환과 본격적인 3세 경영 개막은 물론, 정기선 사장이 더욱 무거운 책임 및 당면과제를 마주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후계자로서 안정적인 길만 걸으며 치적을 쌓아온 정기선 사장이 이제는 온실 밖으로 나와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마침내 사장·대표이사 오른 정기선, 까다로운 현안도 마주할까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고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후계자’의 행보다.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부사장에서 승진했고, 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지주 및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에도 내정됐다. 

이로써 정기선 사장은 2017년 부사장 승진 이후 4년 만에 사장 직함을 달게 됐으며, 처음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2013년 재입사 이후로 치면 8년여 만이다. 

정기선 사장의 승진 및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내정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후계문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변화다. 후계자로서 이렇다 할 경쟁자 없이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온 정기선 사장은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시점’이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지주사와 조선부문지주사 대표를 맡게 된 만큼, 현대중공업그룹이 본격적인 오너경영 체제 및 3세 경영시대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줄곧 안정적인 길을 걸으며 후계자로서 명분 확보에 집중해왔던 정기선 사장이 냉엄한 현안에 맞서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013년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한 정기선 사장은 2015년 상무, 2016년 전무에 이어 2017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행보를 이어갔으며, 경영기획팀, 기획·재무팀, 기획실 부실장,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등을 거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기선 사장은 대규모 수주 및 합작 프로젝트는 물론, 수소·로봇 등 미래성장동력과 직결되는 신사업에 주력하며 굵직한 성과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다져왔다. 

반면, 같은 시기 온갖 풍파를 겪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현안에 있어서는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시기 실적 악화와 노사갈등, 거듭된 사망사고,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기선 사장 차원에서 어떠한 입장이 나오거나, 본인이 수습에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기선 사장이 후계자로서 내세울 만한 업적은 충분히 쌓아왔지만, 대내외적으로 실질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그룹을 이끌어나가는 오너경영인은 경영성과에 따른 공을 가져가는 것뿐 아니라, 각종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정기선 사장의 행보는 철저히 성과 쌓기에만 집중됐을 뿐, 후계자로서 책임지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정기선 사장이 당장 수장으로 등극해 모든 책임을 짊어지게 된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공석이었던 부회장 자리에 4명(가삼현·한영석·강달호·손동연)을 승진시켰다. 그룹의 대들보 같은 존재인 권오갑 회장을 비롯해 쟁쟁한 전문경영인들이 여전히 즐비하다. 또한 정기선 사장이 당장 현대중공업지주 및 한국조선해양의 단독 대표이사를 맡게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장 및 대표이사 직함을 단 만큼 이제는 단순히 치적 쌓기만이 아니라 까다로운 현안을 마주하며 대내외적으로 실질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 또한 분명한 과제다. 대관식에 한걸음 더 다가선 정기선 사장이 이제는 온실에서 나와 냉엄한 현실에 부딪히며 리더십을 구축해나갈지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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