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하림그룹 계열사 ‘올품’ 및 8개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49억원 가량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은 부당지원은 없었다며 공정위의 의결서를 검토해 향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하림의 부당지원행위를 설명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공정위가 조사 착수 4년 만에 하림에게 제재조치를 내렸다. 하림 회장의 장남이 소유한 회사에 그룹 내 계열사들이 부당한 지원으로 부당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하림 측은 공정위에 ‘부당지원이 없었음을 소명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공정위의 의결서를 검토해 향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하림그룹 소속 계열회사들이 하림의 장남이 보유한 계열회사 ‘올품’에 부당지원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 올품 및 8개 계열회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 조치는 하림그룹의 8개 계열사가 올품에 △고가매입 △거래상 역할이 없음에도 중간 마진을 취하는 이른바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매각 등의 부당지원행위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로써 공정위는 올품 및 8개 계열사에 총 48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올품이 8개 계열사(양돈농장 5개사, 사료회사 3개사)를 상대로 ‘통합구매’를 요구해 부당 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양돈농장 계열사들이 동물약품을 각자 구매하던 기존방식에서 올품이 생산하는 제품을 5개사가 통합 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해,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해준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공정위는 올품이 자사 동물약품 판매율을 늘리고자 동물약품 판매 대리점들에게 양돈농장 계열사들과 거래에서 높은 판매마진을 보장해준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양돈농장 계열사들이 통합구매 및 고가매입을 하림의 지시와 개입으로 선택에 여지없이 이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 사료회사의 경우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방식을 통합구매로 변경하면서 올품이 2012년 2월부터 5년간 거래상 역할이 없음에도 구매대금 3%가량의 중간 마진을 수취한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이번 건 역시 하림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계열 사료회사들은 사료첨가제 제조사들에게 올품이 취하는 마진에 해당하는 3%가량의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공정위는 올품이 고가매입·중간마진을 통해 얻은 부당이익이 각각 32억원·11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공정위는 하림지주(전 제일홀딩스)가 올품(전 한국썸벧판매)에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 27억원의 부당이득을 올품이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올품을 향한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이 하림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올품을 지원하고자 동일한 목적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는 상황이다. 올품은 지난 2012년 1월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이 장남 김준영 씨에게 지분 100%를 증여한 회사다. 그리고 올품은 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에 대해 직접 보유 지분 4.36%, 자회사(한국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 20.25% 등 총 24.6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하림 김 회장 보유 지분(22.9%)보다 많은 규모로, 올품은 사실상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있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2017년 7월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조사를 거쳐 이듬해 12월 하림에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수순대로라면 위법여부‧조치내용 등을 판단해 제재수위 결정까지 이어져야 했지만 곧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유는 심사보고서를 받은 하림이 정상가격(일종의 시장가격) 산정에 대한 근거자료 공개를 요구하며 ‘열람·복사 거부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2년여 간 두 차례 소송을 거쳐 근거자료를 열람한 하림은 제재 근거에 대한 소명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전원회의를 지난 8일 개최했고, 이번 제재 결정까지 이뤄졌다.

공정위 발표 직후 하림은 입장문을 내 공정위 조사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하림은 입장문을 통해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매우 아쉽다”며 “계열사들은 올품을 지원한 바가 없고 통합구매 등으로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여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갔으며, 거래 가격은 거래 당사자들 간 협상을 거쳐 결정된 정상적인 가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림은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검토해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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