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사회'에서 살고 있다. 모든 서비스를 어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하다. 하지만 동시에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할 시 생활부터 산업까지 모든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현대사회의 모습을 한 문장으로 묘사한다면 바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있다”가 아닐까 싶다. 5G 등 초고속 유·무선 통신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다. 실제로 스마트폰, 컴퓨터부터 자동차, 빌딩까지 우리 사회에 이용되는 거의 모든 디지털 서비스는 현재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사물들이 통신망을 통해 연결된 현대사회에서 ‘통신망 장애’는 불편을 넘어 국가적 재난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전문가들 “초연결 사회, 통신망 마비는 더욱 치명적”

IT분야 전문가들이 현대사회의 통신망 장애가 국가적 재난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사회’이기 때문이다.

초연결 사회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IT기기, IT기기들끼리 초고속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ICT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이 초연결의 대표적 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스마트카, 스마트홈 서비스 등이 모두 초연결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초연결 사회는 물리적 인프라 네트워크를 중앙 집중식 네트워크에서 보다 분산된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준다. 때문에 초연결 사회는 우리의 삶에서 자원 수요와 공급의 효율성, 비용과 편익의 균형을 보다 완전하게 만들어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서비스가 통신망에 완전히 기대야 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만약 통신망이 두절될 경우, 국가의 모든 서비스와 개개인의 삶 전부가 순식간에 ‘올스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스마트 시티처럼 IT기술이 집약된 공간의 경우, 도시 전체가 마비돼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신망 두절로 인해 발생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피해 사례는 지난 2018년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사건이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뿐만 아니라 70대 노인이 119를 부르지 못해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사진은 KT 아현지사 화재로 불에 탄 통신 케이블의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로 초연결 사회에서의 통신망 두절로 인해 막심한 국가적 피해가 발생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대표적 사례는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이다. 지난 2018년 11월 24일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 연결통로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강북지역과 고양시 일부, 북서부 수도권 지역의 유무선통신 장애가 발생했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자영업자들은 영업이 불가능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거주하는 70대 노인은 심장마비가 발생했는데 119에 신고를 하지 못해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국가 통신마비가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재난임을 실제로 보여준 사례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다가오는 스마트시티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2019)’ 보고서에서 “첨단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고도로 집약된 스마트시티에서는 재해재난 뿐만 아니라 작은 사고를 통해서도 도시의 기반 기능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중단 위험이 다른 보통의 도시에서 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높은 수준의 기반기술이 운영될수록 여러 사고원인의 융·복합에 의한 다양한 피해 전개 양상, 복잡한 피해 복구 방안 등으로 인해 스마트기술이 적용된 기반 기능의 중단 시, 현재의 국가기반체계 복구보다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통신망 마비는 훨씬 더 위험한 국가적 재난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AI기반의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등에서 갑작스런 통신망 마비가 발생한다면 대규모 재산 및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Gettyimagesbank

◇ “해킹부터 재난까지”… 통신망 마비의 다양한 원인

그렇다면 국가적으로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통신망 장애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유·무선 통신 및 인터넷망의 마비를 부를 수 있는 원인은 사실상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IT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범죄자 집단 혹은 적대 국가의 디도스(DDos) 등 해킹 공격부터 지진, 해일, 태풍 자연 자해로 인한 시설 파괴, 전력 차단 등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적대 국가나 범죄단체의 ‘사이버 공격’이다. 단순한 통신망의 마비만 일으키는 것뿐만 아니라 기밀 정보 탈취, 금융계좌 해킹 등 커다란 부수 피해까지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혁천 극동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강사는 ‘한국의 사이버공격 비교 분석과 정책적 대응방안(2020)’ 논문에서 “전자정부 시대에 만약 전쟁이나 핵이라도 등장한다면 순식간에 모든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며 “우리의 국가통신망과 정보 시스템이 중단됐다면 그 자체가 혼란이다. 이보다 더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국가안보 위기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통신망 마비의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특히 자연재해의 경우, 인간의 힘으로 극복이 힘든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은 태양의 흑점 폭발이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 지구자기장에 순간적으로 변화를 가하는 ‘지자기교란’ 현상이 발생해 통신망이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Gettyimagesbank

자연재해의 경우 눈에 띄는 것은 태양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이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할 경우, 지구자기장에 순간적으로 변화를 가하는 ‘지자기교란’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태양흑점폭발 3단계 경보상황이 발생하자 과기정통부는 방송통신, 위성, 항공, 항법, 전력 등 유관기관들이 비상연락망 체계를 상시 유지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가끔은 사람의 작은 실수가 국가 전체의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일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오전 전국적으로 발생한 KT 통신망 마비 사태는 협력업체 직원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KT협력업체 직원이 네트워크 연결 과정 중, ‘exit’라는 명령어를 누락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알파벳 네글자에 불과한 명령어를 누락한 작은 실수 하나가 전국 통신망의 마비를 가져온 것이다.

서울여자대학교 김성욱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5G시대 통신서비스의 공익성 제고 방안에 대한 모색(2020)’ 논문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등 인류가 꿈꿔오던 삶을 현실로 불러오는데 크게 기여한 네트워크의 ‘연결’이 잠시나마 ‘두절’로 전환되는 순간, 그 꿈은 한순간에 악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서비스에서는 아주 사소한 실수로도 대규모 통신망 마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달 25일 발생한 KT 전국 네트워크 마비 사태의 경우, 협력업체 직원이 'EXIT' 단 네글자 입력을 누락해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 과기정통부, “국가 통신재난 기본계획 및 긴급 매뉴얼 통해 문제 대응”

통신 분야 및 재난 관련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양한 통신 장애 원인을 사전에 파악해 통신망 장애 사태의 예방이 필요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시 빠르게 원인을 파악해 해결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통신은 국가 기간산업인만큼 통신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닌, 정부 부처가 함께 관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통신재난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해마다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국가 통신재난 대응 체계의 마련 및 보완하고 진행 중이다.

<시사위크>는 과기정통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통신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의 경우 국가 기간산업이면서 동시에 통신사업자의 기밀 등이 포함돼 있어 자세히 공개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측 입장이었다. 

다만 지난 9월 28일 과기정통부가 제3차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결한 ‘2022년 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대응 방안의 뼈대는 살펴 볼 수 있었다.

현재 공개된 2022년 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일부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국가 중요통신시설, 특히 5G기지국을 중요통신시설 등급 지정기준에 반영해 오는 2022년 903개소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요통신시설 수는 887개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4사와 함께 내년 안에 신규 지정시설에 대한 통신망·전력공급망 이원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내년 말까지 통신망 이원화는 99.3%, 전력공급망 이원화는 95.7% 완료하는 것이 과기정통부 측 목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통신망 이원화 계획에 따라 내년 5G 기지국 신규시설 29개 및 기타 통신사 9개소 등 총 38개소가 구축 예정이다. 전력 공급망 이원화의 경우엔 KT, LG헬로비전에서 총 2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통신구 화재예방’ 계획도 마련됐다. 여기서 통신구는 케이블 부설을 위해 전화국이나 맨홀과 관로 사이에 설치한 지하도를 말한다. 과기정통부는 내년까지 총 82개 통신시설에 대해 방화문, 화재탐지설비 등 소방시설들의 설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제2의 아현사태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과기정통부 측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과기정통부는 데이터분석을 통한 복구팀 현장출동 지능화, 광선로감시시스템 등 AI·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 적용 등 추진해 통신재난관리의 고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만약 재난 등의 원인으로 국가의 모든 통신망이 마비가 됐을 때 과기정통부는 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과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통신사와 과기정통부가 긴급 복구물자를 고유하거나, 통신사별로 마련된 긴급통신 수단을 같이 전개하는 등의 방안들을 통해 대응하도록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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