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정기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롯데그룹 유통BU장)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그룹의 정기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롯데그룹 유통BU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서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주요 사업 실적이 부진한데다 인적 쇄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의 입지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는 분위기다.

◇ 빨라지는 인사 시계추… 롯데그룹 정기 인사 임박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 중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당초 연말께 정기 인사를 단행해왔지만 지난해엔 11월에 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도 연말보다는 11월경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제 전환과 경영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사 및 조직개편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롯데그룹의 주력인 유통 분야 경영진 중에서 인사 교체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유통분야 총괄책임인 강희태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강 부회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3년 3월에 만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룹 인사 과정에서 잔여 임기와 무관하게 인적 교체 대상에 오르는 CEO 사례는 적지 않다. 강 부회장은 최근 사업 실적 부진이 부각된 상황이라 인적 교체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롯데그룹의 유통부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9.1% 하락한 3,461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 면세점, 슈퍼, 영화관 등 롯데쇼핑의 주요 사업 부문이 일제히 타격을 입은 결과다.

롯데쇼핑 주요 유통 부문은 올해 하반기 인력구조 개편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쇼핑

올해는 전년보다 실적이 회복된 모습이지만 시장의 기대치에선 못 미친다는 평가가 왔다. 올 상반기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2% 줄고 영업이익은 694억원으로 29.6% 증가했다. 2분기 기준으로는 매출은 3.5% 감소한 3조9,025억원, 영업이익은 444.7% 증가한 76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대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증권가에선 ‘어닝쇼크’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증권가에선 7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같은 시장 기대치의 10%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측은 2분기 송도롯데몰 공사 지연에 따른 추징세금(부동산세) 323억원이 반영되는 일회성 요인 때문에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부동산세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할 시, 영업이익은 399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실적도 시장의 기대치엔 못 미치는 수준이긴 마찬가지다. 

◇ 코로나19 타격에 이커머스 사업 표류… 강희태 부회장 리더십 시험대

이처럼 사업 실적 부진이 부각되면서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강 대표는 201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19년 말 그룹 유통BU(Business Unit)장에 발탁됐다.

강 부회장은 침체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이커머스 사업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에는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출시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7개 롯데 유통 계열사의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하지만 롯데온 출시 후 성과는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대폭 늘어났음에도 롯데온 거래액은 전년 대비 7% 성장한 7조6,000억원에 그쳤다. 이커머스 사업 부문은 대규모 적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은 작년 94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 영업적자는 607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 돌파구를 찾고자 롯데쇼핑은 올해 이커머스 사업부장(부사장)을 교체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신세계에 밀리면서 결국 불발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들어 롯데그룹 유통 부문엔 인력감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쇼핑 내 백화점 부문은 지난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실시한다고 밝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롯데백화점은 근속연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은 결과, 500명의 직원들이 신청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롯데마트는 올해만 두 차례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9월에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데 이어, 이달엔 근속 연수 8년 이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접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같은 인력구조 개편은 점포 효율화, 비용 절감, 체질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유통 분야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주요 경영진 수뇌부를 통해 인적 쇄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강 부회장이 인사 칼바람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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