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 세상 ‘메타버스(Metavers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도 메타버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메타버스에 집중하게 된 이유와 향후 예상되는 사업 방향은 무엇일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외 IT업계의 관심이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한 ‘혼합현실’ 세상을 의미하는 ‘메타버스(Metaverse)’에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부터 의료·유통·건설 등 메타버스가 응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종합 ICT기업’으로의 발걸음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메타버스 분야에 대한 많은 투자를 예고하면서 IT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이 메타버스에 집중하게 된 이유와 향후 예상되는 사업 방향은 무엇일까.

◇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메타버스 시대, “3번째 IT산업 사이클 될 것”

SK그룹은 3일 ICT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SK ICT 테크 서밋(SK ICT Tech Summit 2021)’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을 비롯해 SK그룹 22개사가 참여해 AI와 메타버스·클라우드·모빌리티 등 9개 분야, 총 114개의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서 행사 참가자들을 주목시킨 역시 ‘메타버스’였다. 행사 오프닝에서 연설을 진행한 박정호 SK그룹 ICT 위원회 위원장도 SK텔레콤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의 아바타 모습으로 행사장에 등장했다.

행사 오프닝에서 박정호 SK그룹 ICT 위원회 위원장은 “모바일 인터넷이 지난 20년 동안 진화해 우리의 일상이 됐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는 미래의 일하는 공간, 소통하는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일 진행된 ‘SK ICT 테크 서밋(SK ICT Tech Summit 2021)’ 행사에서 메타버스 공간의 아바타(사진 우측)로 등장한 박정호 SK그룹 ICT 위원회 위원장(사진 좌측)의 모습./ 사진=SK텔레콤

그렇다면 SK텔레콤이 이처럼 메타버스에 힘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IT산업 진화의 중심 사이클에 메타버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 ICT 테크 서밋’에서 발표를 진행한 정지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전 세계 IT산업의 발전 사이클은 20년 주기이며 지금까지 두 번이 왔다고 말했다. 

정지훈 교수는 “첫 번째 사이클은 PC, 윈도우, 인터넷의 보급이며, 두 번째 사이클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이라며 그리고 이들 사이클에 이어 세 번째로 다가올 기술 분야가 바로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서 조금 재미있는 점은 메타버스는 기존 사이클에 비해 조금 특이하다는 것이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세 번째 IT사이클인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지훈 교수는 “메타버스의 경우, 하드웨어 생태계부터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아직 완벽히 갖춰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당장 언택트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원래 사이클이 돌기 위해선 사람들이 기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메타버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기존 사이클보다 조금만 발전하더라도 수용성이 높아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따라 메타버스의 사이클은 이르지만 지금부터 가속화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김윤 센터장도 “예전에는 AI나 머신러닝에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를 주축으로 한 개발생태계가 확실히 꽃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IT산업계의 3번째 대규모 사이클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IT시장의 흐름에 맞춰 대대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인데, 그 중심에는 '이프랜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SK텔레콤 

◇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시장 활성화, ‘이프랜드’가 중심 

앞서 발표를 진행한 정지훈 교수의 설명처럼 메타버스 시장 성장에 대한 전망은 매우 긍정적인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VR·AR) 기반의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700억달러(한화 301조1,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역시 이런 IT시장의 흐름에 맞춰 대대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 중심은 이번 행사에서 사용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가 될 전망이다. 지난 8월 출시된 이프랜드를 통해 비대면 시대메타버스를 활용한 ‘트렌드 세터(각종 유행을 창조, 대중화하는 사람 혹은 기업)’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목표다.

특히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통한 메타버스 시장 확장을 위해 올해 안에 이프랜드 내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마켓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 현실 공간인 이프랜드에서 누구나 본인만의 의상이나 아이템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플랫폼을 이프랜드에 적용하고, 이용자들 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측에 따르면 이프랜드 내에서 통용되는 전용 화폐 시스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이프랜드 내에서 이용자가 스스로 제작한 콘텐츠들을 사고파는 일종의 가상 경제 공간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이프랜드의 오큘러스 퀘스트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미국 오큘러스 VR에서 개발해 SK텔레콤이 국내 공식 유통권을 가지고 있는 VR디바이스다. SK텔레콤은 오큘러스 퀘스트 버전의 이프랜드를 통해 모바일을 넘어 VR 디바이스까지 메타버스 생태계를 확장시킨다는 목표다.

전진수 SK텔레콤 CO장은 “지금은 2D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 등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교류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런 인터넷에서의 활동들이 입체적으로 바뀌고 공간 형태로 바뀔 것”이라며 “메타버스라는 것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메타버스 서비르를 내 일상의 가까운 곳에서 많은 이용을 해보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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